세계증시 ‘미국發 훈풍’ 불까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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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우 어제 1만선 회복… 금융위기前 수준으로

《세계 증시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미국 주가가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에 미국발(發) 훈풍이 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3분기 실적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년여 만에 10,000 선에 다시 올랐다. 이 영향으로 한국의 코스피는 전날보다 9.9포인트(0.60%) 오른 1,658.99로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각각 1.77%, 0.31% 올랐다.》

美기업 실적 호조… 신흥국과 동반 상승장 기대
금리 자극땐 중국 등 출구전략에 영향 미칠수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주가를 비롯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어 세계 증시가 조만간 금융위기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시아 지역의 경기와 주가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먼저 회복됐기 때문에 다우지수의 상승세는 세계 증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어닝 서프라이즈’로 투자심리 개선

알코아, 인텔,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미국 주요 기업들은 잇달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금융위기의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 관망하던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확인하고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전달보다 26만3000명 줄어 여전히 좋지 않다. 하지만 올 1월 74만1000명 줄어든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된 상태다. 특히 미국의 산업생산 가동률은 내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년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인 데다 정부가 자동차판매 지원책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아 기업의 재고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경기지표들도 좋아지고 있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발 훈풍은 제한적일 수 있다. 코스피가 이미 7월 1,500 선을 돌파하며 크게 회복됐지만 미 증시는 이제 가까스로 위기 이전 수준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회복 속도가 아시아권보다 1분기가량 늦은 셈이다. HMC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미리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의 여력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적 공개를 앞둔 미국 금융회사와 전기전자 기업의 발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IBK투자증권 임진균 리서치센터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등 상업은행과 IBM 등의 실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이 기업들이 적자폭을 예상치보다 줄인다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이 걸림돌

미국의 경기회복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주가 상승을 이끌 뿐만 아니라 달러 약세를 유발해 유가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 이미 이스라엘과 호주는 정책금리를 올려 위기극복 과정에서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부사장은 “미국의 주가가 현재보다 더 오른다면 경기회복 속도가 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그럴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주가상승은 세계 경기회복의 또 다른 축인 중국의 출구전략(Exit Strategy) 시기를 앞당겨 경기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상승을 시작했지만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분기부터 올라오기 시작해 이미 정점 수준에 도달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상무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에 이르렀는지 논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기가 하락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려면 미국 경기가 강하게 살아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버거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우지수 상승이 한국 증시에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혜택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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