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한은이 ‘출구’앞에서 멈춰선 몇가지 이유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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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형성됐던 정책금리 인상 기대감이 10월 금통위 이후 빠르게 수그러들고 있다. 주식시장도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호주가 정책금리를 올린 이후 경기회복이 빠른 국가들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지리라는 예상으로 국내 증시는 내렸지만 정책금리 동결 결정 이후 반등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사이에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정책 관련 언급이 거의 180도 달라진 점이 개운치 않다. 9월에 내비쳤던 정책금리 조기 인상 신호는 사라졌고 상당 기간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신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다 보니 9월 발언의 취지를 길게 해명해야 했다. 해명의 핵심은 간단했다. 언젠가 해야 할 발언을 그때 한 것뿐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은행 총재는 왜 마음을 바꿨을까? 정말 9월에 정책금리 인상 신호를 내보낸 것이 아니었는데 시장이 과잉반응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시장에서는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당시보다 증시와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된다. 실제로 연일 최고점을 넘던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1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이전 몇 개월과 비교할 때 3분의 2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경기 호전만큼이나 저금리의 부작용을 중시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정책금리 인상까지 시간을 번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정부 방침을 수용하게 됐을 것이란 시각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전후해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은 현재의 경기회복이 상당 부분 정책 효과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조 차원에서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해 왔는데 한은 총재가 이 논리를 받아들였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논리가 조금 더 강화되는 느낌이다. 지난 2, 3분기엔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수출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원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다. 한은으로서는 정책금리 인상 후 원화 강세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빨라질 때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우려가 반드시 정책금리를 계속 동결해야 할 근거라고는 볼 수 없다. 또 여러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정책금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은의 몫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은은 결정을 했고 이는 당분간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또 변한다면 더 문제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도 연내 정책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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