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윤리경영 강화해 모두가 사는 방향으로 가야”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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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사장 쓴소리
“해외명품 임대형태 입점
내수진작에 별 도움안돼
행복 나누는 공간 만들어야”

14일 만난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사진)은 국내 유통업을 향해 쓴소리를 하면서 ‘탐욕’이란 단어를 수도 없이 썼다. “국내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이 잘 팔려 매출 성장세를 유지한다고 좋아하죠. 하지만 명품은 백화점에 임대로 입점하기 때문에 결국 명품 본사의 배만 두둑하게 불려줄 뿐입니다. 내수(內需) 진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단 말입니다. 탐욕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합니다.”

그는 현대백화점 재직 시절인 1985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개점 실무를 맡았던 국내 ‘백화점 1세대’다. 동네에 근린생활시설을 만들어 달라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의 요구로 3개월 벼락치기로 일본 다케시마야 백화점을 베꼈다고 한다. 당시 대리석 바닥이 깔린 백화점에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백화점 업계의 명품화를 주도해 온 그가 이제 와서 “탐욕을 버려야 한다”니…. “국내 백화점 고객 중에선 명품의 오래된 품격보다는 그저 외양만 좇는 사람이 적잖고, 백화점은 그저 매출을 올리려 명품 브랜드에 굽실거리고 있습니다.” 일종의 자기반성인 셈이다.

이제 그가 역설하는 건 ‘배려’와 ‘상생’이다. 현대아이파크몰은 1998년 용산 국제 업무단지 마스터플랜에서 밑그림이 나와 2005년 문을 연 복합쇼핑몰이다. 최 사장은 복합쇼핑몰이야말로 계획과 개발, 운영이 일원화돼 부(富)를 사회적 약자와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했다. 2004년 지금의 현대아이파크몰 자리에 있던 ‘스페이스9’란 쇼핑몰의 구원투수로 나서 3000여 명의 계약주를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장사를 잘해서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현대아이파크몰은 아직까진 척박한 길을 힘겹게 내딛고 있다. 지난해 1400억 원의 총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가 440억 원이나 된다. 최 사장은 “2012년에 흑자를 내는 게 목표”라면서 “단지 명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물건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의 성격상 선량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쌈짓돈을 ‘먹튀’하지 않는 도덕적 책임을 갖춘 부동산 개발자(디벨로퍼)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 ‘맥도널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햄버거 만드는 기술을 가르쳤던 걸 떠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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