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공룡 국영기업’에 속병 깊어가는 中시장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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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이른바 ‘국진민진(國進民進)’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일종의 체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30년 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외친 이래 중국은 느슨한 형태의 자본주의경제 체제를 이식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유자산이 민간에 불하됐고 적잖은 기업이 민영화됐다. 공업부문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은 2002년 40.8%에서 2007년 29.5%로 낮아졌다. 특히 농수산품 가공과 식품 섬유부문에서 민간 비중은 빠르게 늘어났다. 통계상으로는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인 ‘국퇴민진(國退民進)’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글로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러한 불공정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군수 전력 석유화학 통신 석탄 항공 해운 등의 7개 기간산업 외에도 광산 제련 기계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국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축소 국면에서 구조조정이 민간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항공산업의 구조조정에서 둥싱항공과 잉롄항공이 청산 내지 피인수됐고 닝보철강은 바오산철강에 인수됐다. 그동안 민간이 많은 투자를 해온 대체에너지 분야에서도 상당수의 에너지기업이 국유기업으로 넘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이 부족해진 민간기업은 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지 못했지만 무려 16조 위안이나 되는 막대한 신규대출이 국유기업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쪽은 돈 가뭄에 허덕이는데 다른 한쪽은 돈의 홍수를 맞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구조조정은 경쟁력이나 기업 내용에 따라서가 아니라 국유기업 중심의 인수합병으로 진행됐다. 이로써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4조 위안에 이르는 중국의 경기부양책 역시 ‘국진민퇴’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철도 건설 등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와 교량 등 토목부문은 거의 대부분 국영기업이 장악하고 있어 이 역시 겉으로는 경기부양책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돈이 국영기업으로 흘러들어간 것과 같다. 문제는 국영기업이 공업 총자산의 2분의 1, 공업부문 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공업생산액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골병이 들어가는 셈이다.

결국 국유기업지분이 대부분인 비유통주가 해제되고 차스닥 개장을 서두르는 것 역시 국영기업의 재무구조를 물타기 하려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적 개혁이 없는 중국시장은 여전히 덩치만 컸지 변동성이 커 위험한 신흥시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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