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주식투자는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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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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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상식과는 아주 딴판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증권사의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앞으로 주식 직접투자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10명 중 6명꼴인 62.1%가 직접투자만 하겠노라고 답변했다. 얼마 전 동아일보에 실린 관련 기사 중에서 이 대목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직접투자만 하겠다니….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 원인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다.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했다가 노심초사한 고객들이 펀드에 정을 떼버린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 제목이 ‘펀드에 덴 고객들 직접투자 U턴’이었다. 전문가라는 펀드매니저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차라리 내가 하고 말겠다는 ‘절망 끝의 자신감’도 작용했을 터이다. 올 들어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개인들, 이 중에서도 노년층의 직접투자 의욕에 한층 불을 지폈을 듯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욕(老慾)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를 쓴 미국 프린스턴대 버튼 맬킬 석좌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투자자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위험한 투자자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맬킬 교수가 아니더라도 모든 전문가는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왜 그럴까. 20대라면 증시가 무너진다고 해도 버텨낼 시간이 넉넉하고 앞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 날도 많다. 하지만 60대라는 나이는 증시의 변덕을 느긋하게 지켜볼 여유가 별로 없다. 자연히 투자할 때 조바심을 느껴 심신에 좋지 않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50세 넘어 집 짓지 말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주식투자나 집 짓기나 모두 사람의 진을 빼는 고역이기 때문이다.
펀드에 질려 직접투자에 나선 나이 지긋한 ‘앵그리 머니(Angry Money)’가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기존의 상식을 바꿀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끈 코스피에서 중소형주의 상승률로 짐작할 때 이들의 수익률은 ‘별로’였다. 화가 나서 간접투자 시장을 뛰쳐나갔던 기세에 비하면 초라할 지경이다. 반면 대형주와 그룹주를 편입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돋보였다. 물론 흐뭇하게 미소 짓는 개인들도 없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실버 직접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단기에 돈을 벌 방법은 없다는 말일까. 다시 맬킬 교수에게 귀를 기울여보자. ‘(주식투자) 시점 선택에 계속해서 성공한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아무도 없다.’ 종목 선택도 마찬가지일 테니 결국 묘수는 없다는 말이다. 실버투자자가 직접투자에 매달리다가는 그나마 있는 자금마저 모두 날릴 확률이 높다. 내 펀드가 반 토막 나서 밤잠을 설쳤다면 직접투자로 입은 손실에도 어김없이 불면의 밤은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실버투자자들이 ‘내가 하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이 구절을 발견했다. “오직 두 가지, 즉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만이 무한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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