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지수’ 높으면 몸값도 뛰더라

  • 입력 2009년 9월 27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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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몸값'을 높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착한기업 지수'에 올라타라."

국내에서도 경영실적 등 재무적 성과 외에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을 계량화해 증시에 반영하는 선진국형 기업 평가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지수(Sustainability Index)가 대표적이다. 이 지수의 편입 여부는 기업간 대규모 계약이나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장기 투자 결정에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같은 '착한기업 지수'에 들어가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추세다.

●한국의 3개 기업 글로벌 DJSI에 들어가

미국 다우존스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지수(DJSI)는 이달부터 한국의 삼성전자, 삼성전기, 롯데쇼핑 등 3개사를 새로 편입시켰다. 글로벌 DJSI는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 경영 평가에서 상위 10%에 든 기업들을 뽑아 등재하는 지수다. 이 평가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 외에 △환경성(친환경 경영 등) △사회성(지역사회공헌, 노동관리, 공정거래 등) △경제성(지배구조의 투명성 등)도 들어간다. 편입된 기업들에 대해선 매년 재평가를 해 '물갈이'를 하는데, 올해도 33개 기업이 탈락하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기업들이 채웠다.

이번에 글로벌 DJSI에 포함된 3개 국내 기업은 지수 편입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 왔다. 이들의 활동 내용을 응축한 것이 3사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 종전의 '녹색경영보고서', '환경사회보고서'를 업그레이드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지속가능성지수의 영향력이 커지고 국내외적으로도 회사의 비재무적 성과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기업들이 받는 비재무적 성과 공개 요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 환경경영 분야에서만 2700건의 정보 공개 요청을 받았을 정도다.

보고서에 담기는 '콘텐츠'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삼성전자는 올 1월 대표이사 직속 상생협력실 안에 'CSR 사무국'을 신설하고 그간 각 사업부문별로 진행하던 CSR 활동을 전사 차원에서 통합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관하는 상생경영회의도 가동했다.

삼성전기도 올 초 지수편입에 대응할 지속가능경영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TF팀에는 총무, 인사, 품질, 구매, 녹색경영, 사회봉사단 등 각 조직의 실무자들이 모두 포함됐다. 국내 유통기업 최초로 글로벌 DJSI에 이름을 올린 롯데쇼핑도 초창기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유럽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는 등 발로 뛰는 벤치마킹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품격과 함께 '몸값'도 높여주는 지수

글로벌 DJSI에는 이번에 편입한 3개사 외에 포스코, 삼성SDI, SK텔레콤이 포함돼 있다. 또 KT, LG화학, 신한금융지주, 아모레퍼시픽, 현대제철 등이 이 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글로벌 DJSI 편입이 '품격'과 함께 '몸값'도 높여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위험도는 낮은 반면 신뢰도가 높은 기업으로 인정돼 글로벌 투자자들이나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는 것.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이 같은 지속가능성 지수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회책임투자(SRI) 시장 규모가 2007년 말 현재 이미 8900조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같은 SRI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한국거래소는 DJSI와 비슷한 개념의 'SRI지수'를 이달 내놓았다. 다음달 20일부터는 DJSI Korea지수도 처음 발표된다. 기업들의 '착한 정도'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강화됨에 따라 향후 비재무적 활동에 대한 기업들의 '압박'도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생산성본부 이춘선 상무는 "코스피 상장기업 중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6%에도 못 미친다"며 "국내 기업들이 비재무적 성과에 신경 쓰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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