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하마’ 공항철도, 건설사 배만 불리나?

  • 입력 2009년 9월 21일 17시 39분


코멘트
실패한 민자사업의 대표사례로 꼽히던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매입키로 하면서 민간건설사들이 3800억 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6조 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코레일이 공항철도를 인수하게 되면 부실이 가속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2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강창일(민주당, 제주시 갑) 의원실은 "코레일이 공항철도의 민간출자지분을 인수키로 함에 따라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공항철도 건설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총 3797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매각차익을 실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철도사업인 공항철도는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연장 40.3㎞의 1단계 구간이 지난 2007년 3월 개통됐다.

그러나 실제 운영결과 승객 탑승률이 당초 수요예측의 6.3~7.3%에 그쳐 운영수입보장 협약에 따른 국고지원금이 2008년 1040억 원, 2009년 1666억 원이 지원돼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14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공항철도의 민간지분 88.8%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 본계약을 현대컨소시엄과 체결한 바 있다. 9~11월까지 3회 분납으로 매입가는 1조2064억 원(1조6534만5600주)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주식매매계약은 정부 및 대주단의 승인을 전제로 한 것으로 대주단 협의와 정부의 실시협약 변경을 거쳐야 최종확정된다.

현재 주요 건설사가 보유중인 공항철도 지분은 ▲현대건설 27%(5027만4000주) ▲대림산업 18%(3258만5000주) ▲포스코건설 12%(2210만2000주) ▲동부건설 8%(1454만1000주) ▲KCC 8%(1426만3000주) ▲삼환기업 5%(1005만5000주) ▲삼부토건 5%(931만주) ▲고려개발 1%(256만9000주) 등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공항철도 지분은 코레일이 88.8%, 정부가 9.9%, 현대해상이 1.3%씩을 보유하게 된다.

코레일은 30년간 공항철도를 운영하면서 7~8%의 투자수익을 기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자체 조달금리가 4.16~6.25% 수준으로 민간 투자자들이 투입한 투자금의 이자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지난 3월30일 ´공항철도 합리화대책´을 확정하면서 사업자의 최소수익을 보장하는 ´운영수입보장률(MRG)´을 기존 90%에서 58%까지 낮추기로 함에 따라 정부 부담도 30년간 13조8000억 원에서 6조7000억 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수요예측 부풀리기로 여전히 6조7000억 원이라는 국민부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공항철도 부실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코레일의 부실을 우려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토위 김성순(민주당, 송파 병) 의원은 이와 관련 "2008년 현재 코레일의 부채는 6조7963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73.8%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금융부채가 5조8738억 원으로 지난해에만 부채관련 지출이 1조1777억 원에 이를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교통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MRG 비율이 58%로 줄면 철도공사의 경영은 도리어 부실화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공항철도처럼 수요 부풀리기와 과다한 운영수입보장 등으로 실패한 민자사업은 앞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코레일이 인수하는 대신 공항철도를 국유화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