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관세 인하 득일까 독일까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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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법안 국회 심사 앞두고 치열한 찬반 논란

설탕의 수입 관세 인하를 놓고 치열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설탕을 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는 40%다. 밀가루와 대두 완제품의 관세가 각각 4.2%, 5.4%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에 관세를 10% 수준으로 내려 해외의 싼 설탕을 수입해야 한다는 법안이 올해 3월 민주당 홍재형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는 16일 오후 2시 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제당업계와 제빵·제과업계는 이 법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빵·제과·음료업계는 높은 관세가 제당업계의 추가 이익만 보장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선 싸게 유통되는 설탕이 국내에 들어올 땐 값이 올라 울며 겨자 먹기로 국산 설탕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세를 인하하면 값싼 수입 설탕이 유통돼 국내 설탕 가격이 내려가고, 설탕을 이용한 가공식품 가격도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도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탕 완제품의 관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지적에 동의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입 설탕의 총수입금액은 1400만 달러에 불과해 세수(稅收)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관세 인하에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서 설탕 관세율을 40%에서 10%로 내리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설탕 관세율을 20% 선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논의 과정을 지켜본 뒤 정부의 의견을 전달하겠다”면서도 “세율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회사들은 설탕 가격이 ‘정치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 설탕시장에는 고관세와 덤핑 관행이 만연하다. 각 국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물량엔 높은 관세를 매기고 남는 물량은 싼값에 수출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의 관세는 우리보다 크게 높다. EU는 260%, 미국 125%, 일본 314% 등이다. 따라서 제당업계는 “관세를 내리는 것은 다른 나라는 갑옷을 입고 있는데 우리는 발가벗고 싸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관세 인하가 결과적으로 비싼 설탕을 수입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세 인하의 결과로 해외의 값싼 설탕이 몰려와 국내 제당업계가 고사(枯死)하면 국내 시장이 국제 투기 세력에 그대로 노출되기 쉽고, 해외 설탕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설탕은 소비자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0.03%로 극히 미미하다는 주장도 한다.

“설탕에 대한 추후 대비 없이 관세를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제빵업계와 설탕업계를 모두 담당하는 이정기 대신증권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설탕처럼 중요한 자원은 관세를 내리기 전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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