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의 마술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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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때 투자한 사람은 수익, 1800일때 투자한 사람은 손해… 왜?

꾸준한 투자로 평균매입단가 낮춰 ‘달콤한 열매’
목돈 한번에 넣은 거치식은 여전히 본전 못건져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선 2007년 10월에 펀드 투자를 시작한 A 씨와 지수 1,800대인 같은 해 8월 펀드 투자를 시작한 B 씨. 지구촌을 흔들었던 금융위기를 겪고 난 현재 투자성적표는 누가 나을까?

당연히 B 씨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 씨는 원금을 회복한 반면 B 씨의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 비밀은 A 씨가 적립식으로, B 씨는 목돈을 한번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는 데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 10월 말 적립식펀드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도 주가가 1,600 선을 넘어선 최근 9.5%가량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떨어질 때도 꾸준히 투자해 평균매입단가가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최근 주가가 ‘널뛰기 장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연초 대비 40% 가까이 지수가 올랐기 때문에 하락세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지수에 상관없이 적립식펀드에 꾸준히 투자하라고 권한다. 지난해처럼 주가가 떨어질 때 공포감에 휩싸여 투자를 중단하면 주가 회복기의 달콤한 열매를 놓치고 만다는 지적이다.

○ 수익 회복의 비밀은 꾸준한 투자

펀드에 가입한 뒤 급락하는 주가에 십년감수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펀드시장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물건값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돈을 번다는 이치를 떠올리면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원금 80만 원을 4개월간 적립식펀드에 넣은 투자자와 거치식으로 한몫에 맡긴 투자자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모든 펀드는 첫 설정 때 기준가격 1000원(1좌=1원)으로 시작한다. 적립식 투자자가 첫 달에 20만 원을 넣었다면 해당 펀드에 20만 좌가 생긴다. 다음 달 주가가 50% 떨어져 기준가격이 500원일 때도 20만 원을 넣어 40만 좌가 추가로 생겼다. 다음 달 주가가 첫 달의 50%(기준가격 1500원)만큼 올랐을 때는 13만3333좌가 더 늘어났다. 그 다음 달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 20만 좌가 생겼다.

펀드의 수익률은 기준가격 대비 평균매입단가의 비율로 계산한다. 적립식 투자자는 총 80만 원을 들여 93만3333좌를 샀다. 평균매입단가는 857원. 1000원짜리 상품을 857원에 샀기 때문에 16.7%의 수익률(13만3600원)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첫 달에 80만 원을 한꺼번에 투자한 거치식 투자자는 1000원짜리 물건을 1000원에 샀다. 같은 물건을 더 쌀 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그가 벌어들인 돈은 0원이다.

물론 주가가 떨어졌을 때 대거 사들이면 큰 수익을 얻겠지만 매번 투자시기를 잘 잡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시기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붓는 게 적립식펀드 투자의 핵심이다.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주가는 등락을 거듭해도 항상 직전 고점을 뚫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언제 첫 투자를 시작하든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기다리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장기투자로 손해 볼 가능성 줄여야

적립식펀드 투자를 한다는 말은 장기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며 오래 투자해 얻었던 수익을 날린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에 대한 불신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할수록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가 처음 산출된 1980년 이후 지금까지 1년간 투자했을 때 코스피의 수익률은 평균 8.3%였지만 5년 투자하면 평균 48.2%로 크게 높아졌다. 1년 투자했을 때 수익을 낼 확률은 65%였지만 4년으로 늘리면 80%까지 높아졌다는 것.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처럼 연간 주가가 50% 넘게 폭락한 때는 1980년 이래 세 차례밖에 없었고 주가 폭락 다음 해는 반드시 30∼40%의 수익률이 났다”고 지적했다. 단, 복리로 환산한 연평균 수익률은 1980, 90년대는 2년, 2000년 이후는 4년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면 적당한 시점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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