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무림열전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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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강자’ 진로와 ‘신흥 강호’ 롯데에 맞서
대선-보해 등 ‘지방 제후들’ 영토 확장나서

소주 ‘무림(武林)’에 지방 세력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올 3월 재계 강호인 롯데가 두산주류를 인수해 소주시장에 입성한 뒤 부산의 대선주조, 전남의 보해양조 등이 업계 1위 진로와 2위 롯데에 맞서며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마침 이마트는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123개 점포에서 팔도 소주 10종을 팔기 시작하며 이런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영업망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지방 소주회사들은 쾌재를 부르며 ‘전국구’로 성장하기 위해 활발한 마케팅에 나섰다.

○ 수도권 공략 나선 지방 소주회사

이마트가 8월 20일∼9월 1일 ‘팔도소주대전’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국에선 ‘참이슬’(진로), ‘처음처럼’(롯데), ‘C1’(부산 대선), ‘참소주’(대구 금복주), ‘잎새주’(전남 보해) 순으로 많이 팔렸다. 수도권에선 참이슬, 처음처럼, 잎새주, 한라산소주, C1 순이었다.

수도권에서 지방 소주 중 가장 많이 팔린 보해는 무척 고무된 분위기다. 보해는 전남 시장 점유율도 올 초 80%에서 7월 82%로 올랐다. 보해와 경쟁을 벌여온 진로가 롯데와의 수도권 전쟁에 힘을 쏟다가 전남에서 영업력이 떨어진 덕이라는 게 보해 측 설명이다. 보해는 가수 백지영 씨를 잎새주 모델로 기용하고 회사 홈페이지에선 수도권 판매업소 800여 곳을 안내하고 있다.

전국 집계에서 지방 소주로는 1위를 차지한 대선주조는 최근 영화 ‘해운대’에 C1 소주를 협찬해 전국 인지도를 높였다.

○ 각 지방에서도 접전

정부는 1973년 소주시장의 과다경쟁을 막기 위해 ‘1도(道) 1사(社)’ 원칙을 만들었다. 1976년엔 주류 도매상들이 전체 소주 구입량의 50% 이상을 지역 소주회사에서 구매하게 했다. 이 제도는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자도주(自道酒)가 60∼80%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 소주회사들이 불안감을 느껴 전국으로 나서게 된 건 올 3월 롯데가 소주시장에 뛰어들면서부터다. 롯데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미미했던 시장 점유율을 1%대로 끌어올렸다. 또 올해 초 81%대였던 지방 소주 ‘대선’의 부산 시장 점유율이 7월 74%대로 떨어진 반면 롯데는 같은 기간 부산에서 0.2%에서 2.2%로 10배 이상 올랐다.

진로는 이달 말 상장을 앞두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상장 후 자금 흐름이 좋아지면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소주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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