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대출 과열조짐… 매수심리 꺾기 나서

  • 입력 2009년 9월 4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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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주택 구매 수요를 위축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집값이 회복되고 있는 경기도 외곽지역은 이번 조치로 매수 심리가 꺾여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을 따지는 DTI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보다 훨씬 강력한 부동산 규제수단이다.

● 정부 부동산급등세 심각하다고 판단

정부가 금융규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고 나선 것은 최근 수도권의 집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급등세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써야하는 상황이 오게 되고 이렇게 되면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금리라는 모든 경제주체에 적용되는 규제보다 부동산 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정밀 폭탄'을 우선 사용한 셈이다.

최근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한 달만에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발 집값 상승세는 강북은 물론 과천, 용인, 인천 등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4일 현재 아파트 매매 가격은 과천시가 17.43%가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송파구(11.98%)와 강동구(16%)를 비롯해 서초구(8.84%)와 강남구(8.0%)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금리가 초저금리인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바닥을 치고 반등함에 따라 앞 다퉈 주택 구입에 나선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8월 말 현재 금융기관의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41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1~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역시 28조 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다.

특히 6월(4조 5000억원), 7월(4조 5000억 원)에 이어 8월까지 3개월 연속 4조 원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수기로 꼽히는 6~8월에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가을철을 맞아 본격적인 이사철이 오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더 늘어나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 "매수 심리 꺾일 것"VS"상승세 가라 앉히기는 역부족"

전문가들은 주택구입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만큼 소득 대비 대출규모를 제한한 DTI규제로 인해 매수 심리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본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주택시장에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려했던 가수요가 일정부분 줄어들면서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주부 등은 이번 조치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를 통해 정부가 금융규제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만큼 집값 오름세가 일단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의정부시, 동두천시, 파주시, 이천시 등 경기 외곽지역이 이번 조치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달아오르고 있어 DTI규제만으로는 열기를 수그러들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수요자들이 과거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급등한 것을 체험한 만큼 투자열기가 급격히 냉각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현실적으로 연소득의 50~60%까지 채워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DTI규제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DTI규제를 적용하더라도 상환기간을 늘리면 규제전과 비슷한 규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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