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며 촬영 뒷얘기도 시청… 2세대 IPTV 온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 미리 보는 SK브로드밴드 ‘인터넷TV 2.0’

영화에 등장하는 상품들 클릭하면 바로 구입 가능
좋아하는 장르 미리 입력, TV켜면 자동으로 검색

TV가 세상에 나온 지 60여 년이 흘렀다. ‘바보상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즘 TV는 쌍방향 서비스가 강화되는 등 ‘똑똑한 TV’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사옥에서 기존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대폭 개선한 ‘브로드앤 IPTV 2.0’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1세대 IPTV는 이용자가 편한 시간에 콘텐츠를 보는 주문자비디오(VOD) 서비스 중심의 일방형 서비스 중심이었다. 이주식 뉴미디어사업단장은 “참여, 공유, 개방을 주요 가치로 하는 웹 2.0 정신에 맞게 브로드앤 IPTV 2.0은 ‘확장, 편의, 상생’ 전략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2세대 IPTV’를 브로드앤 IPTV 2.0을 통해 가상 시나리오로 꾸며봤다.

주부 나똑똑 씨(43)가 거실에서 TV를 켰다. 초기화면 메뉴가 ‘L’자 형태로 떴다. 하단 가로축에 ‘드라마’ ‘영화’ ‘시사 다큐’ 등 장르를 선택하는 단추가 나왔다. 영화를 선택하니 ‘한국영화’ ‘일본영화’…, ‘한국영화’를 선택하니 ‘공포영화’ ‘가족영화’… 등이 나왔다. 가족영화를 택했더니 왼쪽 세로축에 각종 영화 포스터가 나왔다. 기존 IPTV는 보고 싶은 채널이 나올 때까지 수십 개 채널을 돌려야 했지만 초기 화면의 사용자환경(UI)을 개선해 보고 싶은 채널을 더 쉽게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영화메뉴에서 ‘과속스캔들’을 선택하니 주인공(차태현) 인터뷰와 촬영장 뒷얘기, 주연배우 차태현의 역대 출연작인 ‘엽기적인 그녀’ 등의 영상 서비스가 나왔다. 영화에서 나온 식탁이 눈에 띄어 커서를 갖다 대니 정보 가격 판매처까지 나왔다. 판매처를 화면에서 클릭 하니 경기 고양시 일산의 가구거리에서 나온 상품이었다. 온라인상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떴다. 기존에는 TV에서 괜찮은 상품을 발견하면 PC에 앉아 그 상품을 찾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거나 오프라인 상점에서 구매했던 것과 달리 ‘원 스톱’ 서비스가 이뤄지는 셈.

이번에는 요리 프로그램을 봤다. 특이한 것은 조리법 화면. 메뉴는 탕수육. 나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TV화면에 입력하니 ‘돼지고기 600g, 밀가루 한 봉지, 당근 2개, 파인애플 1개’ 등 요리 재료가 문자메시지로 도착했다. 따로 메모할 필요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시장으로 갔다.

TV를 보는 동안 인터넷 화면처럼 ‘1위 원피스, 2위 소녀시대, 3위 영화 해운대….’ 상위 10개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지나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소녀시대’를 선택하니 소녀시대가 나왔던 TV 프로그램과 소녀시대 과거 인터뷰 영상 등이 한꺼번에 나왔다.

리모컨도 노트북PC 마우스볼과 같은 볼을 삽입해 볼을 굴리면서 화면을 조작하도록 했다. 집에서 리모컨의 위치를 찾지 못할 때에는 TV본체를 건드리면 리모컨이 ‘삑’ 소리를 내서 쉽게 찾도록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나만의 TV(meTV)’도 만들 수 있다. 개인화 추세를 반영해 연령, 성별, 취향을 함께 즐겨보는 콘텐츠나 장르를 미리 설정하면 이 기준에 맞춰서 자동적으로 검색해주는 것이다. 나 씨의 남편은 골프레슨, 시사·다큐 등 좋아하는 장르를 미리 입력했다. 브로드앤 IPTV 2.0 서비스는 9월부터 선보이지만 일부 서비스는 추후에 단계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월 이용료는 1만4500원이다.

새 학기와 이사철을 앞두고 있어 초고속인터넷과 IPTV, 인터넷전화(VoIP)를 묶은 결합상품 마케팅이 본격화되면 ‘IPTV 점령’ 추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IPTV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가입자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IPTV 실시간 방송 가입자는 7월 말을 기준으로 KT가 28만 명, LG데이콤이 20만5000명, SK브로드밴드가 13만2000명 등 61만여 명이다. 이들 IPTV 3사가 올해 목표로 하는 가입자(20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 이용자들도 콘텐츠를 유료(드라마 편당 500원, 최신 영화 3500원 등)로 봐야 한다는 데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이 크다. 수익성 확보도 과제다. 사업자들도 네트워크와 셋톱박스 투자비와 콘텐츠 수급비,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이 크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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