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피플]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사 직원들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사 직원들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모두다 CEO 꿈꾸는것은 허황
적성에 맞는 꿈꾸기 필요,자산관리전문가 많아야

그는 꿈을 이야기했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최고경영자(CEO)가 혼자 의욕에 차서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구호가 아닌 ‘진짜’ 꿈 말이다.

6월 PCA투자신탁운용 사장에서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황성호 사장(56). 그는 13일 기자와 만나 “약하다고 평가받아온 우리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과 소매영업(리테일)을 모두 강화해 증권업계 종합 1위를 하겠다”며 “그러자면 회사의 비전과 직원의 꿈이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EO의 자리에 오르는 건 한두 명이고 잘돼야 지점장을 거쳐 40대 후반에 퇴직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나처럼 관리자만을 꿈꿔선 안 된다”며 “직원 각자가 자산관리 전문가 등 적성에 맞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황 사장은 대구의 한 여직원에게 축하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창구업무를 맡는 정규직 사원이었던 이 여직원은 올 4월 스스로 계약직 영업사원 신분으로 바꿨다.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각종 경제지표를 공부하고 고객의 수익을 늘릴 방법을 고민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고객의 금융자산 400억 원을 관리하다 보니 어느새 주식시장이 회복돼 고객의 자산이 크게 불어났다. 여직원은 최근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황 사장은 “10년 전과 지금은 증권사의 업종이 다르다고 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며 “직원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매매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관행을 버리고 파생상품,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활용해 고객의 자산을 불리는 종합자산관리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 대구 여직원의 성과는 이런 흐름에 앞서간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는 직원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적재적소 인사의 원칙을 강조한다. 연수원을 지으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수원 건립은 10월에 허가기간 만료로 영업활동이 끝나는 종금사업 본부장이 진두지휘한다. 종금본부장은 인사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연수원 운영의 적임자. 황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금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채권 사례로 책을 쓰라고 주문했다. 회사가 큰 손실을 입으며 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

황 사장은 “기존 연수원에서는 직원들에게 상사와의 관계나 고객 응대요령 등을 주로 가르치지만 새 연수원에서는 자산관리(PB) 아카데미, 채권 딜링 등 사업부별 핵심 전문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취임 후 사업부별로 직원들을 만나며 조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이야기하느라 오후 10시를 수시로 넘겼고 때론 오전 2시까지 토론했다.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그는 “문제는 모두 파악됐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직원 100명을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꿈 경영’이 도약이라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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