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지속가능경영 전도사 나선 김영기 LG전자 부사장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기업의 사회책임은 선택아닌 필수

소비자 신뢰 받는 기업이 1000년 뒤에도 살아남아
지속가능경영 실천 못하면 환경규제 - 무역장벽 등 역풍

“LG전자는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20년 무(無)분규’라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100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LG전자의 20년 무분규 전통의 산파 역할을 한 김영기 LG전자 지원부문장(부사장·사진)이 ‘지속가능경영’ 전도사로 변신했다. 1979년 LG에 입사한 뒤 줄곧 인사 및 노무를 담당한 김 부문장은 지난해 5월부터 최고인사책임자(CHO)에게 인사 업무를 넘기고 현재 노무, 법무, 대외협력, 총무, 홍보 등을 맡고 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전자에서 만난 김 부문장은 “지속가능경영은 예전에 규제로 보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각종 환경 규제나 과징금 등 무역 장벽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지속가능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 노무와 지속가능경영은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1989년 노사 분규가 39일간 이어지면서 매출액(6000억 원) 중 절반 이상인 3882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이러다 회사가 망하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당시 럭키금성 기조실 인사부장이었던 김 부문장이 노조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전 6시면 임원들은 현장에 나와 근로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관리자 전용 식당을 없애 직원들과 밥을 같이 먹었고 포장마차도 찾아다녔다. 이후 ‘회사의 성장=직원들의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1990년부터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노조는 오히려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임금 동결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 부문장은 ‘지속가능경영=회사와 소비자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소비자에게 전기요금 절약 등의 이익을 안겨주고, 회사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탄소배출권 거래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인 ‘그린시티’ 등 신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고요.”

특히 그는 “해외에서 지속가능경영 여부를 투자 잣대로 삼는 ‘사회책임투자(SRI)’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SRI가 본격화되면 투자 기관에서 투자받을 때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LG전자는 미국 다우존스와 세계적 자산관리회사인 스위스 SAM이 세계 주요 상장(上場)회사들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회원사를 선정하는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 편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SRI펀드 규모가 연간 3조 달러 선에 이르고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이 SRI펀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올해 안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협약인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할 계획이다.

김 부문장은 “올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최고경영자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격상시켰다”며 “이는 녹색경영뿐 아니라 지배구조, 협력사와의 공정거래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토대를 쌓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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