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억지와 타협 안해” 정부-사측 원칙 대응이 주효했다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정부 “노사가 풀 문제” 단호

노조에 휘둘리던 관행 깨

경찰 강온 양면전략도 ‘효과’

6일 쌍용자동차 노조가 사측의 최종안을 사실상 수용하는 방식으로 쌍용차 불법파업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되자 회사와 정부가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에도 “노사 양측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 사측과 경찰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강경으로만 대응하지 않고 강온(强穩) 양면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 노조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 이후 궁지에 몰렸던 이명박 정부가 큰 불상사 없이 사태를 마무리함에 따라 향후 정국운영에서 자신감을 갖고 주도권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불법에 대한 원칙 대응이 주효

쌍용차 사태가 막판 극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측과 경찰이 거둔 ‘전술의 승리’라는 평가다. 회사 측은 노조와 협상을 하는 한편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경찰력 투입도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 노조를 압박했다.

실제로 경찰은 5일 오전 크레인과 헬기, 컨테이너를 동원해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도장2공장을 제외한 평택공장의 모든 시설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경찰은 “6일까지 농성장을 빠져나오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며 노조원들의 자진 이탈을 유도했다. 조합원들이 동요하면서 5일 하루 동안 도장2공장에 있던 111명이 이탈했다. 노조는 내부 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경찰의 진압이 임박하자 6일 회사 측에 손을 내밀었다. 사실상 무릎을 꿇은 것이다.

농성 77일 동안 경찰이 보인 인내력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권력 투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 교훈을 얻은 경찰은 시너 등 위험물질로 가득 찬 도장공장에 대한 강제진압은 대형 참사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쌍용차 노사가 막판 극적으로 구조조정에 합의할 수 있었던 데는 노조의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조는 976명에 대한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했지만 법정관리 상태의 회사가 받아들이기는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였다는 지적이다.

○ “정부의 일관성도 사태 해결에 도움”

이번 사태는 회사가 노조의 ‘생떼’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노사 관계에서 새로운 전례(典例)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도 파업으로 맞서는 노조에 휘둘려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거나 파업을 풀기 위해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면 합의’를 해주는 사례가 많았다.

전체 직원의 39.5%인 507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던 대우버스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4월 직장 폐쇄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파업으로 인한 경영 타격을 우려해 18일 만에 감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쌍용차 사태 때는 ‘강 건너 불구경 한다’는 민주당 등 야당의 지적에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가 독자적으로 협상에 나섰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불법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야만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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