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이유있는 ‘돼지분뇨 사업’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 전북 부안에 첨단 재처리시설 가동

탄소배출권 확보-바이오에너지 사업 일거양득

악취없이 메탄가스 생산… 농가에 퇴비 무료공급

‘해운회사가 돼지 분뇨 재처리 사업을?’

최근 한진해운이 전북 부안군에 세운 돼지 분뇨 재처리 시설로 가는 내내 든 의문이다. 이 회사는 수질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돼지 분뇨를 정화하는 동시에 연료용 메탄가스를 뽑아내는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해운’과 ‘가축 분뇨 재처리 사업’은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 ‘님비’에서 ‘핌피’로 거듭나다

8일 찾은 전북 부안군의 돼지 분뇨 재처리 시설은 매일 돼지 8700마리가 배설하는 분뇨 50t을 공급받음에도 심한 악취가 나지 않았다. 분뇨를 외부공기와 완전히 차단된 특수용기를 통해 메탄가스와 2급수 수질의 물로 변환시키는 첨단설비 덕분이다. 보통 가축 분뇨 처리장은 액비로 만들기 위한 숙성과정에서 엄청난 악취를 발생시켜 주변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재처리 시설은 냄새를 없앤 것은 물론 중간 공정에서 생기는 퇴비를 주변 농가에 무료로 제공해 주민들 사이에서 ‘핌피(PIMFY·수익성 있는 사업을 자신의 주거지 근처에 유치하려는 현상) 시설’로 거듭났다. 한진해운 자회사인 삼올의 유창봉 부장은 “분뇨 재처리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처음 알려졌을 때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막상 가동에 들어가자 단 한 건의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돼지 축사와 연결된 분뇨 파이프를 따라가 보니 ‘원심 분리기’가 빠른 회전운동을 하면서 1차로 분뇨를 수분과 건더기로 나누고 있었다. 걸러진 건더기는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 따로 보관해뒀다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나머지 수분은 산소가 완전히 제거된 채 미생물이 든 길이 6m짜리 ‘혐기 발효조’로 투입된다. 35∼40일간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가스를 포집할 수 있다.

현재 이 시설은 하루에 메탄가스 700Nm³를 만들어 약 3645Mcal(전기로 4238kW에 해당)의 열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매일 116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 한진해운은 메탄가스로 보일러를 돌려 발효조를 거친 수분을 2급수 수준으로 증류한다. 또 재처리 시설 옆에 세워진 ‘비료 건조동’으로 열을 보내 각종 음식 폐기물을 말려 비료 원료를 생산한다. 말린 비료 원료는 비료업체에 돈을 받고 팔아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 2012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대비 포석

메이저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가축 분뇨 재처리 사업에 나선 건 2012년 국내에 도입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해운, 항공, 육운 등 물류기업은 운송과정에서 우리나라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9820만 t)가량을 쏟아낸다. 미리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탄소배출 상한제에 따라 앞으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6일 발표된 ‘녹색 성장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까지 축산 분뇨를 에너지화하는 저탄소 녹색마을을 전국에 600곳가량 세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바이오 에너지 사업자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진해운 재처리 시설에는 벌써부터 경기도 등 지자체들의 투자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과 ㈜유니슨 등도 경기도와 충청남도에서 각각 돼지 분뇨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부안=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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