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보다 비준은 더 빠를듯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공식협상 8회 등 32차례 만나

한국과 유럽연합(EU)은 2007년 5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 뒤 2년 2개월 만에 사실상 타결에 이르게 됐다. 이는 1년 4개월 만에 타결된 한미 FTA보다 약 10개월 더 걸린 것이다. 그동안 양측은 공식협상 8회, 통상장관회담 11회, 수석대표협의 13회 등을 열어 조금씩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한국 정부가 EU를 FTA 협상 대상으로 주목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정부는 2003년 8월 발표한 ‘FTA 추진 로드맵’에서 중장기적인 FTA 대상 국가로 미국, 중국, EU를 꼽았다. 하지만 당시 EU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EU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2006년 한미 FTA 협상이 열리면서부터였다. 양자간 협상에서 미국에 뒤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EU는 2006년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EU 통상장관회담에서 먼저 FTA를 제안했다.



2007년 5월 협상이 시작된 뒤 양측은 1년여 동안 서울과 벨기에 브뤼셀을 오가며 7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표준, 원산지 규정 등 핵심쟁점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 ‘이러다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7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결렬되면서 상황은 다시 변했다. 다자간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EU가 양자간 협상에서라도 성과를 내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EU는 올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한-EU FTA 타결을 선언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관세환급 문제가 막판까지 발목을 잡았다. 가공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수입원자재나 부품을 가공해 수출할 경우 관세를 돌려주는 관세환급 제도를 고수했지만 EU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통상장관회담에서 양측은 관세환급을 인정하되 보완장치를 두는 쪽으로 해법을 찾았다. 이달 7일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은 FTA 협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폴란드와 이탈리아 정상을 적극 설득하면서 EU 내부의 분위기를 한국에 유리하게 조성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협상을 파워게임으로 인식하고 밀어붙이던 미국에 비해 EU의 협상방식은 철저하게 논리적이어서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의외로 잘 통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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