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총재 “집값 상승 문제있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韓銀, 금리 동결… “경기 하강 벗어나고 있지만 불확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최근 일부 지역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실물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되기도 전에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상황에 대한 통화 당국의 고민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뒤 3월부터 5개월 연속 동결한 것.

한국 경제가 가파른 하강세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동결의 이유다.

○ 실물회복 안된 채 주택값만 올라, 딜레마에 빠진 한은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부동산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한 달에 3조 원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매매 가격과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경계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인데 한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소폭 하락한 뒤 일부 지역은 많이 올랐다”며 “가계 부채도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2006년 7월 정점 이후 30% 이상 급락했고 영국도 최고점 대비 24.5%나 떨어졌으나 한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4월까지 2.1% 빠지는 데 그쳤다. 오히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전고점을 넘기도 했다.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조5000억 원 급증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정점이었던 2006년 11월(5조4000억 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은 수도권의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낮췄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바꿀 수도 없고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그대로 둔 채 완화정책을 지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부담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결국 저금리를 유지한 한은이 버블을 키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으로 대응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은 금통위 의결을 거쳐 금융회사의 대출 담보 종류나 대출 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쓰지 않은 ‘초비상’ 정책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그냥 두기에는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고 막상 조치를 취하기에는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구두로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 “빠른 회복 기대 어려워”

이 총재는 앞으로 경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는 성장은 하겠지만 매우 약할 것”이라며 “2분기는 1분기(전기 대비 0.1%)에 비해 높은 성장을 한 것 같지만 이는 재정 확대지출 등 일과성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어서 하반기에 높은 성장을 이끌 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세계 교역이 단기간에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의 수출도 빨리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년쯤 선진국을 포함해 전 세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도 내년쯤에 상황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올해 안에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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