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원자력이다]700조원 수출시장… ‘코리아 원전’이 간다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고갈되는 자원, 치솟는 유가, 더워지는 지구, 강력해지는 환경규제….

전 지구적으로 에너지·환경 문제가 최대 이슈인 요즘 원자력발전은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물론 안전성 등을 이유로 ‘원전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스웨덴, 이탈리아까지도 원전 건설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30개국에서 건설될 원전은 300여 기에 달한다. 돈으로 따지면 700조 원에 이르는 신규시장이 창출되는 것이다.》

한전, 美웨스팅하우스 제치고 UAE 입찰사전자격심사 통과
설계 시공 등 기술완벽… 공사기간도 ‘선진국 절반’ 노하우
원전 수출 1건은 쏘나타 32만대 - 대형유조선 40척 수출 효과

○ ‘기회의 문’ 앞에 선 한국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처음 가동한 이후 30여 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원자력 발전을 이뤄 온 한국에 이 같은 흐름은 큰 기회다. 한국은 이미 2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6위(발전 설비 용량 기준) 원전 국가다. 설계, 시공, 운영 등 원전 관련 모든 업무를 소화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1996년에는 한국형 표준 원전(KSNP)도 개발해 현재 95% 수준의 기술 자립도까지 이룬 상태다. 지난 20여 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과 유럽에서 핵심 기술 인력이 상당수 사라진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올해 두산중공업은 원전 핵심 설비인 6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를 중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원년이 될까에 국가적인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최근 UAE가 추진 중인 6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 입찰 사전자격심사(PQ·Pre-Qualification)에서 세계 최대 원전 국가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사(社)를 제치고 한국전력공사(한전)가 PQ 통과 기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PQ를 통과한 3개 회사 가운데는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 및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원자력 업계는 한전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UAE원전을 수주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기술력 면에서 볼 때 한국은 충분한 원전 수출 역량을 갖췄지만 수출경험이 전무해 아직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현재 정부 외교력과 원자력 업계 사업력을 총동원해 수주 성사에 공을 들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UAE, 요르단, 터키, 중국 등 4개국을 주요 원전 수출 대상국으로 보고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적어도 이 중 1개 국가와는 올해 안에 수출 계약을 한다는 게 정부 각오다. 이 밖에 모로코와 몽골도 향후 잠재적인 원전 수출 대상국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원전 계약 1건=쏘나타 32만 대 수출 효과

정부와 원자력 업계는 향후 세계원전시장의 10%만 확보해도 반도체·조선·자동차에 이은 거대 수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은 통상 1기가 고장 날 경우에 대비해 2기 단위로 수출 계약이 이뤄진다. 원전 1기의 건설비는 약 3조 원 가량으로, 계약 1건당 최소 6조 원 규모의 수출 시장이 확보되는 셈이다. 이 중 10%가량이 순이익으로 남는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원전 2기의 수출은 쏘나타 승용차 32만 대 혹은 30만t급 대형 유조선 40척 수출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원전은 미국이나 프랑스의 원전보다 전력 생산 단가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 아레바의 경우 1kW발전당 생산비가 3000∼5000달러인 데 비해 한국형 원전은 2000달러 선에 동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원전 설비가 표준화돼 있어 공사 기간이 선진국(10년)의 절반 수준인 5년에 불과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보유하고 있는 원전운영 기술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국내 원전의 평균이용률은 매년 90% 이상을 달성해 세계 평균 이용률인 7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는 100만 kW급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할 투자비를 절감한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말했다. ‘코드그린’의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점이 오히려 축복이 될 것”이라며 “우수한 인적자원과 산업경쟁력을 통해 녹색 에너지 혁명을 주도할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경부는 지난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미자립 원천기술과 수출용 신형원전 개발을 앞당겨 세계 6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원전사들이 원전 부흥기에 대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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