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7월 위기설… 시장 흔들어 웃는자 누구?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외국인, 공매도 완화 틈타 위기설 유포 의혹

“근거없다” 시장도 냉담… 높은 대외의존도가 원인

한국 금융시장에 또다시 위기설이 출현했다. 영국발(發) 금융위기와 북한의 핵실험 및 그로 인한 안보 불안 등이 겹쳐 7월에 한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금융시장은 지난해부터 몇 달에 한 번씩 반복된 위기설에 내성이 생겨서인지 별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누가 이런 악소문을 만들어내고, 또 한국의 금융시장은 왜 항상 휘둘리는지 근본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발 금융위기-북핵리스크 등 거론

한국은 외국인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한꺼번에 팔고 나갈 것이란 ‘9월 위기설’로 지난해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운(戰雲)이 짙게 감돌던 시기라 시장의 공포감이 컸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채권을 팔고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채권을 사들이면서 위기설은 결국 ‘설(說)’로 마무리됐다. 올해 초 불거진 ‘3월 위기설’ 때도 금융시장이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바로 안정을 찾으면서 위기설은 설로 끝났다.

이번 ‘7월 위기설’은 영국과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 불안,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로 홍콩과 중국 등지에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기설이 현실성이 없는 것은 물론, 지난 위기설들보다도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LIG투자증권 유신익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영국계의 한국 투자자금 742억 달러 가운데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은 일부에 불과해 영국이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는 극단적 상황에도 국내 시장에 직접 부담이 되는 금액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6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무역수지 흑자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시장에 또 다른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도 최근 한 달여 내내 폭등이나 폭락 없이 안정된 흐름을 보여주는 등 위기설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국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국고채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위험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올 3월 한때 4.65%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엔 1.4%포인트가량까지 떨어진 상태다.

외환위기 때 트라우마 여전히 남아

전문가들은 시장을 흔들어 그로 인한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투자자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위기설의 진원지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空)매도가 제한적으로 다시 허용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또다시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주식을 팔아놓은 상태에서 위기설로 시장이 흔들려 주가가 떨어지면 큰 이익을 본다는 것.

한국 금융시장에서 위기설이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자본시장의 높은 대외 의존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높은 단기외채 비중과 증시에서의 높은 외국인 의존도, 외화유동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환위기 때의 ‘트라우마’가 위기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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