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기부’를 남기는 사람들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사망보험금을 이웃에게” 기부보험 가입자 8000명 넘어

매달 2만~3만원 10년 내면 사망시 1000만원 기부 가능

불황에도 인기보험 떠올라

#1. 회계법인에 근무했던 김모 씨는 2005년 3월, 당시 51세의 나이에 교보생명 기부보험에 가입했다. 평소 불우이웃돕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매달 3만 원씩 보험료를 내면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보험 가입을 결정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간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1000만 원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돼 소외계층을 위해 쓰였다.

#2. 황재홍 서울물방울치과 원장은 지난해 6월 서울대와 삼성생명이 협약을 맺어 만든 기부보험에 가입했다. 황 원장이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사후에 받게 될 10억 원의 보험금은 서울대와 서울대 치과대에 각각 5억 원이 기부된다. 그는 “누군가에게 기부하는 마음으로 매달 보험료를 내다 보면 스스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사후 자선단체에 보험금 전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보편화된 기부 방식인 기부보험이 한국에서도 기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기부보험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교보, 삼성,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ING생명 등 기부보험을 판매 중인 5개 생명보험사의 기부보험 가입자는 8728명, 약정한 기부보험금은 1016억8080만 원이다.

2001년 국내에서 처음 기부보험을 선보인 곳은 외국계 보험사인 ING생명. 이후 교보, 삼성 등 국내 생보사들도 속속 기부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국내에 나와 있는 기부보험은 대부분 단체와 협약해 보험금을 전달한다. 교보생명은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해 한국해비타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 15개 단체를 후원하는 기부보험을 판매 중이다. ING생명 기부보험의 경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등 150여 개 단체가 수혜자로 지정돼 있다.

○ 소액 보험료로 거액 기부 가능

기부보험은 평소 소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자신이 사망한 뒤 비교적 큰 금액을 기부할 수 있다는 게 특징. 대개 월 2만∼3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10년간 내면 사망 시 1000만 원을 기부할 수 있다. 단체와 협약돼 있는 기부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존의 종신보험 가입자도 추가로 기부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후원단체의 사업자등록증이나 고유번호증 사본 등을 갖고 보험사를 방문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예를 들어 보험금의 90%는 가족에게, 나머지 10%는 특정 단체에 지급되도록 수익자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올해 초 사망보험금의 1%를 가입자가 지정하는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위시 플러스(Wish Plus) 특약’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개인의 종신보험이 가족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기부보험은 이웃사랑으로 확장된 개념”이라며 “기부보험이 활성화되면 사회공익단체의 재정이 튼튼해지고 기부문화의 저변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보험 가입 문의는 교보생명(1588-1001), 삼성생명(1588-3114), 메트라이프생명(1588-9600), 푸르덴셜생명(1588-3374), ING생명(1588-5005)으로 전화하면 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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