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양극화

  • 입력 2009년 5월 13일 19시 04분


"평일인데도 사람이 굉장히 많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걸 보면 확실히 투자가치가 있기는 있나봐."

12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포스코건설의 '더 샵 하버뷰II' 모델하우스 앞. 이곳을 찾은 40대 주부는 평일에 모델하우스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보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말 시작된 '청라발(發) 훈풍'이 인천지역 분양시장을 계속 들뜨게 하고 있다. 청라지구는 일각에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복귀했다는 진단까지 하게 만든 진원지로 꼽힌다. 그러나 분양 훈풍은 아직 국지적 현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훈풍 원인

2012년 5월 송도국제도시 D15블록에 들어설 예정인 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분양 상담 코너와 평형별 구조를 둘러보는 곳에서 줄을 서야 했다. 또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몰래 분양권 거래를 하려는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8일 개관한 뒤 주말에는 평균 1만여 명, 평일에는 평균 4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규종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 차장은 "처음 예상했던 방문자 숫자보다 훨씬 많은 고객들이 모델하우스를 찾아오는 바람에 기념품, 홍보책자, 안내 인력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11일 마감한 더 샵 하버뷰II의 특별 공급분은 1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보다 앞서 청약을 마감한 '청라 한화 꿈에그린'과 '청라 호반 베르디움'도 각각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며 7.37대 1과 2.4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청라지구와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시세차익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청라지구와 송도국제도시의 주변 시세는 3.3㎡당 1200만 원 대. 하지만 최근 이 곳에 분양된 아파트들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1000만~1100만 원으로 시세보다 100만~200만 원 정도 싸다. 또 양도소득세가 5년간 100% 면제되고 전매제한 기간이 85㎡이상 크기면 1년, 85㎡ 미만이면 3년으로 단축돼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인천지역 분양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단기간에도 시세차익을 확실히 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제화 관련 인프라가 대거 들어오는 등 개발호재로 계속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분양시장엔 아직 찬바람만

인천지역의 분양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자 일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천지역은 다른 곳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일 뿐 분양시장 전체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대명 루첸'은 '한강변 재개발'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총 87채 분양에 청약자가 9명에 불과했다. 역시 지난달 청약접수를 받은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의 '한양 수자인'도 총 8개 주택형 중 1개 주택형은 3순위 청약에서도 결국 미달됐다. 롯데건설이 3월 대구 서구에 분양한 '평리 롯데캐슬'도 청약률이 20% 정도 밖에 안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명 루첸이 고급 아파트를 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를 높인 것이 결국 청약자가 미달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한양 수자인도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싸지 않아 청약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청라지구에서도 입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일베라체'는 1순위에 마감이 안 되고 3순위까지 신청을 받아 간신히 1대 1을 넘겼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그동안 워낙 분양이 없었기 때문에 최근 관심이 과열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분양가, 브랜드, 입지조건 등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청약'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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