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그룹내 통신합병 가속도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방통위 규제철폐 움직임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선과 무선으로 나눠진 국내 통신 기업들의 자유로운 합병을 폭넓게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선전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사업별로 통신 업체를 나눈 정책 방향이 약 20년 만에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KT와 KTF의 합병에 이어 SK, LG그룹 통신 계열사들의 잇단 통합으로 통신 기업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방통위에 따르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 보고서를 완성했다. 지난해 초 방통위가 KISDI에 요청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이달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전문가와 통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안에 정책을 확정하고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KISDI는 보고서에서 유무선 결합 통신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별로 나눠진 현행 규제정책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유무선 네트워크를 갖춘 통신 업체의 대형화를 통한 투자 효율성 제고, 결합상품 개발 촉진, 다양한 소비자 욕구 충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앞으로 개별적인 통신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 시장에 교차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아 사실상 유·무선으로 분리된 통신 업체들의 통합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성장속도가 느려진 정보통신 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미래 통신시장이 유선과 무선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고 사업자들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정책에 담은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기업 합병을 유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변화로 SK그룹과 LG그룹의 통신기업 합병 논의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은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의 합병, SK네트웍스의 통신망을 SK브로드밴드에 넘기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LG그룹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을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KT, SK, LG가 시장을 지배하는 3강(强) 체제를 사실상 고착시켜 케이블TV 방송업계와 신규 후발 업체의 통신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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