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은행 중 1곳 2조8000억 손실 가능성

  • 입력 2009년 5월 12일 23시 54분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가정한 금융감독원의 시나리오에 따라 국내 14개 시중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국내 4대 은행 중 한 곳이 2조8000억원의 신규 손실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부실이 많은 편인 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최악의 상황에도 11.2%인 것으로 나타나 국내 은행들은 대규모의 기업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한 미국과 같은 추가적인 자본확충은 필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스트테스 테스트는 3월12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국내 은행이 내년 말까지 총 42조 원의 손실을 낼 것이라고 발표한 뒤 금감원이 성장률, 환율, 코스피 등의 수치를 은행에 직접 주고 분석토록 한 것으로 테스트 방식과 결과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4개 시중은행은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지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2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은행별 재무구조가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분석해 그 결과를 지난달 말 금감원에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4대 은행에 속하는 A은행은 최악의 상황인 △성장률 -4.2% △코스피 900 △원-달러 환율 1570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1.5% △실업률 5% △주택가격 상승률 -17.5%라는 '시나리오1'의 가정을 따를 때 2조8000억 원의 손실이 날 수 있어 그 정도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 은행이 내부적으로 올해 쌓기로 했던 충당금 규모보다 1조 원 가까이 많다. B은행과 C은행은 부실 여신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판단해 1조~2조 원 사이의 충당금만 쌓으면 된다고 예상했다.

경제 여건이 최악이라도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금감원 권고치인 10%를 넘었다. A은행의 BIS비율은 11.2%였고, C은행은 12% 안팎에 이르렀다. 이는 3월 우리 국민 하나 광주은행 등이 3조9560억 원의 자본확충펀드를 받아둔 덕에 부실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악은 아니지만 여전히 힘든 국면인 △성장률 -2.5% △코스피 1100 △환율 1240원 △CD금리 2.1% △실업률 4% △주택가격 상승률 -7.5%라는 '시나리오 2'에 따라 분석하면 A은행의 경우 신규 손실에 대비해 2조 원 정도의 충당금이 필요하고. B은행은 1조 원을 약간 넘는 정도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C은행은 환율 안정 덕에 파생상품 투자손실이 크게 줄어 1100억 원의 충당금만 적립하면 된다.

한편 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19개 주요 금융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10개 금융회사에 총 746억 달러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 결과 국내 은행의 재무구조는 미국과 달리 외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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