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회사는 이직희망 직원 붙잡나요?

  • 입력 2009년 5월 12일 20시 24분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회사 생활이 '좌불안석'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 씨는 입사 때만해도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본사 실적이 악화되고 한국지사의 조직 슬림화가 검토되면서 처지가 바뀌었다. 김 씨는 "당장 회사가 사람을 자르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다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예전보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바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리만 지킬 뿐 정작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직 카페를 돌아보고 구직사이트를 들락거리는 것은 이제 김 씨의 정규 일과가 됐다.

●직원들 마음 '콩밭'에-기업대응은 "50점 수준"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불안감에 따른 업무 효율 저하나 이직 부담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사 관리 대응 수준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LG경제연구원과 잡코리아가 국내 직장인 2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위기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인사관리 대응력은 100점 만점 기준에 46.4점을 받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설문은 기업의 인재 확보와 유지, 육성 등 인사 관리와 관련한 10개 항목에 대해 이뤄졌으며 조사 대상에는 기업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83명의 실무자도 포함됐다.

업종별로는 유통업계(37.1점)와 금융·보험업계(40점)가 최저 점수를 받았으며, 상대적으로 이번 경제 위기의 영향을 적게 받은 화학·정유(53.9점), 제약 업계(50.4점)는 비교적 안정적인 인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가 인사관리를 잘 못하고 있다'고 답한 상위 30%의 응답자는 10%만이 '회사를 믿는다'고 답했고, 47%는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밝혀 발전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적절한 인사관리가 시급함을 보여줬다.

●위기 넘으려면 상호 이해와 신뢰 필요

이번 조사에서 재밌는 부분은 기업의 인사관리 역량에 대해 인사 담당자들 스스로는 51.4점을 준 반면, 일반 직장인들은 43.4점을 줬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상황을 놓고도 관리자와 관리대상이 느끼는 수준차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특히 '인재 유지 활동(12.6점 차)'과 '조직 활성화(10.3점 차)'부문에서 그 격차가 컸다.

LG경제연구원의 김현기 책임연구원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그 어려움과 극복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직원 간에 인식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정기적인 직원 간담회 등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도 좁혀나갈 수 있는 것"이라며 "위기 상황일수록 기업과 조직원이 솔직하게 어려움을 나누고 실현가능한 비전을 공유하는 장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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