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회복한 증시, 작년 9월 수준으로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코스피가 장중 1,400 선을 돌파하는 등 각종 금융시장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해 9월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침체된 경기가 머지않아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된 데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수급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6일 코스피는 전날 미국 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장 직후 1,400 선을 넘은 뒤 오전 한때 1,408.57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장중 또는 종가 기준으로 1,400 선 고지에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2일(종가 1,419.65) 이후 7개월 여 만이다. 다만 이날 종가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물량에 발목을 잡혀 1,400 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전 거래일보다 0.32% 하락한 채 마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코스피 1,400 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비록 장중이긴 하지만 1,400 선의 회복이 갖는 의미는 크다. 코스피는 지난해 9월 12일 1,477.92로 마감했지만 추석 연휴에 날아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으로 같은 달 16일에는 6.10%나 빠져 1,387.75까지 내려갔다.

6일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01포인트(0.59%) 상승한 510.02에 마감돼 이미 지난해 9월 12일(466.91)의 지수를 큰 폭으로 넘은 상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6일 기준 796조8950억 원으로 지난해 9월 30일(803조9140억)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원-달러 환율 역시 최근 127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작년 9월 12일의 달러당 1109.1원에 근접해가고 있다.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5일 현재 2.13%포인트로 지난해 10월 말 7%포인트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안정된 상황이다.

이 같은 금융시장 안정의 일등공신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이달 4일까지 5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바이 코리아’ 기조를 보여 이 기간에 순매수액이 4조6095억 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증시의 수급 안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미국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GM 파산 우려 등 아직 불확실성이 많은 점은 향후 증시의 걸림돌이다. 교보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샀다지만 지난해 내다판 금액과 시가총액 비중 등을 고려하면 아직도 매수 기조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최근 7개월간의 금융시장 암흑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시장을 바라보는 기존 잣대를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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