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와인시장 신세계 개척할까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오늘부터 독점와인 판매

“가격 40% 내릴 것” 선언, 중소 업체들 바짝 긴장

신세계가 7일부터 국내 수입 와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신세계가 지난해 말 세운 와인 수입회사인 ‘신세계L&B’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9개국 51개 와이너리(포도원)에서 조달한 260여 종 와인 35만 병을 7일부터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웨스틴조선호텔 등 신세계 계열사에서 판다”고 밝혔다.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국내 와인 가격을 최대 40%까지 내리겠다는 포부다. 2000억 원대 규모의 국내 와인시장에 신세계가 진입함에 따라 시장의 지형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유통 마진 줄인 와인으로 시장 공략

신세계L&B가 이날 공개한 와인 수입 포트폴리오는 국가별 와이너리 기준으로 프랑스 15곳, 호주 10곳, 독일 7곳, 미국 6곳 등 구대륙과 신대륙 와인 비중이 절반씩이다. 어느 수입사라도 들여올 수 있는 ‘오픈 마켓 와인’과 신세계 ‘독점 브랜드 와인’의 비중은 3 대 7. 신세계 독점 와인들은 아직 국내엔 낯설지만 해외 유명 와인 전문 평가지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와인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산(産) ‘클라인 잘제’는 슈냉 블랑이란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이, 칠레산 ‘디 마르티노’는 엄격한 관리로 생산되는 유기농 와인으로 유명하다. 칠레산 카르타 비에하 ‘G7’은 이마트에서 6900원에 팔릴 예정이다. 유통 채널별 물량 비중은 이마트가 80%로 가장 많고, 신세계백화점(15%), 웨스틴조선호텔(5%) 순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와인 수입 구조는 수입회사, 도매상, 소매 유통회사들이 각각 마진을 챙기는 구조다. 신세계 측은 “신규 와인을 들여오는 중소 수입회사들은 시장 진입이 힘들어 수입사 마진이 크다”며 “유통망을 가진 신세계는 수입사 마진과 도매상 마진을 크게 줄여 와인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공세 시작된 국내 와인시장

지난해 국내 수입 와인시장 순위는 금양인터내셔널이 매출 595억 원으로 1위였다. 두산주류BG를 인수한 롯데주류BG(420억 원), 나라식품(347억 원), 신동와인(245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기업의 공세가 시작됐다. 신세계는 올해 매출 목표를 85억 원으로 잡고, 2013년엔 1000억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30억 원어치를 판매한 LG상사 자회사인 ‘트윈와인’도 올해 매출 목표를 1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L&B와 트윈와인은 그룹의 든든한 지원도 등에 업고 있다. 특히 신세계L&B는 전체 와인 매출 중 신세계그룹 판매 비중을 올해 15%, 2013년엔 90%로 잡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번 수입을 진두지휘하고 와인 품평도 직접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무상 신세계L&B 대표는 “각국 유명 와이너리를 찾아가 신세계그룹을 설명하자 (지명도를 믿고) 선급금도 받지 않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와이너리들과 친분을 맺고 독점 계약을 했던 국내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 앞에 다가온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