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4억원 대출 받아서라도…” 강남 진입 고민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투자 늘어나 강남 3구 호가 급등세… 매입시점은 아직 불투명

《서울 강남 아파트 매입 여부를 고민해 온 회사원 정모 씨(40)는 최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42m²를 7억5000만 원에 산 것. 정 씨는 “4억원 가량을 대출로 마련해야 해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강남 진입은 영영 물 건너갈 것 같았다”며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사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지금 들어가도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대세 상승’이냐 ‘단기 버블’이냐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강남 재건축 바닥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정 씨처럼 추격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실물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수요자들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이 아닌데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다는 점과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는 아직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시장 상황이 수요자들을 더욱 헷갈리게 만드는 국면이다.》

○ 한 달 만에 수천만∼ 수억 원 급등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연말 연초에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매도 호가(呼價)가 뛰었지만 당시에는 ‘반짝 장세’라는 평가가 많았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것이란 정부 방침이 나오면서 규제 완화 기대감을 반영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2, 3월까지도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자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세를 탔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3m²는 지난해 말 평균 매매가가 8억5000만 원이었지만 이달 20일 현재 11억5000만 원으로 2억5000만 원이나 급등했다. 잠실동 주공5단지는 투기지역 해제 재료에다 한강변 초고층과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기대감이 복합돼 지난해 말에 비해 주택 크기별로 2억1000만∼2억7000만 원 뛰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6m²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말 9억5000만 원에서 20일 현재 11억6000만 원으로 2억1000만 원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m², 112m²도 이 기간에 평균 매매가가 8000만∼1억 원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는 최근 한 달 사이 1억 원에서 2억 원 정도 급등했다. 3월에 22억∼23억 원이던 구현대아파트 172m²는 현재 25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이달 20일까지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값은 평균 0.54%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평균 9.17%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일 이후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에 숨고르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 호재 겹치면서 투자수요 끌어들여

올 들어 최근까지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른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지난해부터 줄곧 추진한 규제 완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고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크게 완화되는 등 재건축 수익성을 악화시켰던 규제들이 풀리면서 투자수익을 손에 쥘 수 있다는 확신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것. 여기에다 3월 이후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돌아온 것도 한몫을 했다. 현지 중개업자들은 자금력이 있는 사업가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수요자들이 급매물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서둘러 매입했다고 말했다. 지방의 대규모 개발지구나 수도권 신도시 예정지구 등에서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보고 매입한 사례도 많다고 중개업자들은 덧붙였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강남권 재건축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들 중에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직장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출 없이 전액 본인 자금으로 10억∼20억 원대에 이르는 아파트 값을 치른 사례가 많아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지금 들어가도 될까…찬반 팽팽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대체로 부동산 고점(高點)인 2006년 11월 가격의 90% 선까지 값이 올랐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2006년 고점 가격을 이미 넘어서기도 했다. 집값이 많이 뛰었기 때문에 거금을 주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선뜻 매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제대로 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고 올라갔다”며 “앞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떨어질 여지는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부사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최근 단기 변동성이 커져 앞으로 대세 상승국면이 오기 힘든 구조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용적률이 풀린 것만 고려해도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주변 시세에 비해 아직도 3억 원가량은 싼 것으로 분석됐다”며 “정부가 규제 강화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지금도 수익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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