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여성의 고민 멜라닌 잡아라”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항온항습실에서 한 연구원이 화장품 효능실험 참가자의 피부 온도를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측정하고 있다. 모니터를 통해 확인되는 피부색은 온도가 높을수록 희게, 낮을수록 검게 나타난다.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항온항습실에서 한 연구원이 화장품 효능실험 참가자의 피부 온도를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측정하고 있다. 모니터를 통해 확인되는 피부색은 온도가 높을수록 희게, 낮을수록 검게 나타난다.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인공피부까지 배양해 실험 또 실험

연구원 320명 아모레퍼시픽 용인 기술원 가보니

이달 중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세포연구실. 표피와 진피로 이뤄진 실험용 인공피부들이 마치 젤리 같은 형태로 혈액에 담겨 있었다.

실험을 진행하는 민대진 효능연구팀 연구원이 담배연기에 오래 노출돼 있던 인공피부에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신규 화장품 성분을 주입했다.

민 연구원은 “매년 여름철이면 피부색에 관계없이 세계 수많은 여성이 멜라닌과의 전쟁을 벌인다”며 “앞으로 12주간 실험을 진행해 실제 미백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새로운 화장품의 형태로 선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피부는 과학이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최초로 연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 ‘설화수’나 1997년부터 10년 넘게 ‘피부과학’ 화장품의 선두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아이오페’ 등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화장품 모두가 이곳 기술연구원에서 탄생했다.

면적 13만8600m²(약 4만2000평) 규모인 이 연구원에는 석·박사 출신 연구원 320여 명이 모여 30여 년째 국내 최대 규모의 ‘뷰티 연구개발(R&D)’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어떤 제품이든 시장에 선보이기 전까지 이곳에서 적게는 1년부터 길게는 3년까지 세포, 향, 제품 효능 및 안전성 등 10여 단계의 연구 과정을 거친다. 그 효과가 입증된 화장품 성분들은 20여 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8주간 테스트를 거친 뒤 소비자에게 선보이게 된다.

덕분에 대학 연구실에서나 나올 법한 연구 기록들이 이곳에선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이날 연구본동 세포연구실에서 실험에 사용한 인공피부도 화장품 업체로는 최초로 직접 배양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엄지손톱 크기 한 점에 30만 원 이상을 호가하다 보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아예 인공피부 재건 기술을 제품 개발에 도입한 것.

○아시아 넘어 세계인의 화장품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이 연구소에 매년 430억 원의 R&D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연구본동 맞은편 2만3100m²(약 7000평)에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제2 연구동’이 세워지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글로벌 화장품 업체 톱10’ 진입을 목표로 제2연구동을 혁신 상품의 개발 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연구원도 500여 명까지 증원할 예정이다.

한상훈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연구소장은 “R&D 규모로 치면 세계적 화장품 업체인 에스티로더 그룹과 동등한 수준”이라며 “올해부터는 정부도 화장품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뷰티 기업들과 당당하게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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