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현장에서/1억원짜리 차… 10원짜리 운전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지난주 일요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도산대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도로는 한산했고, 여유로운 기분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100m 정도 앞 사거리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어 속도를 줄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급 수입차 한 대가 갑자기 4개 차로를 한꺼번에 가로지르며 아슬아슬하게 마주 오는 차를 피해 좌회전을 하고는 사라지더군요.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때 매년 경찰청 국정감사 때마다 공개되는 과속 단속 자료가 떠올랐습니다. 시속 200km 이상 과속으로 적발되는 차량의 80% 이상이 수입차라는 통계입니다. 이 통계는 일부 수입차의 거친 운전이 문제가 될 때마다 거론되곤 합니다. 동호회 등에서는 시속 300km를 넘게 달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수입차 관계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몰염치한 고객에 대한 토로입니다. 한 수입차 임원은 “고객 중에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이 판매직원을 하인 부리듯 대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안쓰럽다”고 말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업체와 직원을 협박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한 업체 사장은 “20대 커플이 ‘사장 나오라’며 사무실로 쳐들어와 행패를 부려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멋진 디자인의 수입 명차들이 시선을 잡아끌곤 하지만 안하무인격 운전 탓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국산차 고객이라고 그런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산차와 수입차를 모두 담당했던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대적으로 수입차 고객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무례함을 보이는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일부 수입차 소유자의 난폭운전이나 몰지각한 행동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싼 자동차를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한 국산차 브랜드는 친구에게 자신의 고급차를 슬쩍 보여주며 은근히 성공을 자랑하는 속물스러운 광고까지 내놨을 정도니까요.

자동차로 차별 받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 정착된다면 자동차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의 자동차 문화 속에는 급속히 성장한 경제와, 성공 위주의 교육, 물질 만능의 가치관 등 많은 것이 녹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강혜승 산업부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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