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값 줄줄이 오름세… 물가관리 비상

  • 입력 2009년 3월 6일 16시 38분


CJ제일제당이 4개월만에 또다시 설탕 값을 큰 폭으로 인상한다고 6일 발표한 데 이어 제분업체들도 밀가루 값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식품소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음료, 빵, 과자 등 가공식품들의 가격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 수입과일, 양파 등 생필품 가격도 급등세를 타고 있어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한편 환율 폭등으로 원맥, 원당을 수입, 가공해 밀가루, 설탕 등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등 식품 소재업체들의 경영난도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고환율이 설탕·밀가루 값 '부채질'

CJ제일제당은 9일부터 설탕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5.8%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15% 인상에 이어 4개월만에 또다시 올린 것이다.

삼양사도 이달 중으로 설탕 값을 인상할 예정이어서 설탕 값 인상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설탕 값 인상은 곧바로 음료, 과자, 빵, 식당 음식 등의 오름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설탕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밀가루다.

설탕의 경우 과당이나 전분당 등 대체재가 있지만 밀가루의 경우 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밀가루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7월 밀가루 가격을 인하했다가 올리지도 못한 채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업체들은 현재의 환율 추세가 지속될 경우 밀가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적당한 인상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유 음료수 세제 등 생필품 가격 줄줄이 올라

올해 초부터 콜라와 사이다, 식용유, 세제, 소주 등 서민들이 많이 먹고 쓰는 생필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 참이슬(360㎖)이 대형마트에서 1월초부터 1000원으로 6% 가량 올랐다.

코카콜라(1.8ℓ)가 1월초 기존 1640원에서 1770원으로 7% 가량 인상됐고, 코카콜라의 제품인 환타와 미닛메이드 주스도 캔과 페트제품이 모두 5~10% 가량 인상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1.5ℓ)도 지난달 기존 1490원에서 1580원으로 7% 안팎으로 올랐다.

롯데칠성은 편의점 주력 제품인 캔 커피 '레쓰비마일드(185㎖)'도 지난 달 말 기존 600원에서 650원으로 8.3% 가량 올렸으며, 생수 제품 '아이시스'도 7% 가량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의 대두유(1.7ℓ)와 포도씨유(900㎖)도 지난달 19일 각각 5750원과 9500원으로 10%, 17%씩 인상됐다.

빨래할 때 쓰는 세제 중 옥시크린(3㎏)이 지난달 기존 1만5700원에서 1만7400원으로 10% 안팎으로 인상됐으며, 피죤(3.5ℓ)이 기존 6950원에서 7880원으로13% 가량 올랐다.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우유 등 유제품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현재 소비자가격이 지난해 연초에 비해 20% 이상 올랐으며, 아이스크림도 30~40% 가량 오른 상황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서울우유 500㎖의 경우 현재 750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5% 올랐고, 아이스크림 판매량 1위 제품인 빙그레의 '메로나'는 현재 7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나 오른 상태다.

양파 값도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1망(8개,1.7㎏) 가격은 4580원으로, 지난해 3월에 비해 무려 64.7%나 올랐다.

환율 상승으로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등 수입 과일 값도 지난해에 비해 30~100%까지 비싸졌다.

●식품소재 업체들 '한계상황'

"화장실에서 신문조차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화장실 전등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죠."

밀가루 생산업체인 CJ제일제당은 급등하는 환차손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비용절감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각 부서의 예산도 관리팀에서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급등하는 환율은 이들 식품소재 업체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CJ 관계자는 "원-달러당 환율이 100원 오르면 1000억 원의 손실을 보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연초 원-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예상했는데 1500원을 훌쩍 넘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환율급등이 계속되면서 제분업체들의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3분기(7~9월) 세전 손실이 343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4분기(10~12월)에도 6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위기 상황을 넘어서 한계상황"이라며 "밀가루 값 인상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환율이 1200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560원 수준으로 30% 이상 올랐다"면서 "이로 인해 수입원가 상승, 환차손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50~60%의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제분, 동아제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인상만은 선뜻 결정하지 못한 채 환율 하락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는 489개 소비자 물가 지수 품목 중에서 가운데 가중치 453위에 그치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비중도 1975년 6.5%였으나 지금은 0.1%에 불과하다"면서 "아직도 밀가루가 소비자 물가상승의 원인이라는 시각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통신비, 휘발유 값 등이 물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도 우리 사회가 유독 밀가루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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