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발등의 불” 전경련 비공개 간담회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삼성硏 “각국 관세올려 유화-철강 업종 큰 타격 예상”

세계적 경기 침체로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KOTRA와 수출업계 관계자를 불러 ‘각국의 산업보호 및 지원정책 동향 점검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전경련 측은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경제의 심각한 현안으로 떠올라 전경련 차원에서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간담회를 소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KOTRA 관계자는 이 간담회에서 ‘최근 보호무역주의 동향 및 전망’이란 자료를 통해 “한국 수출이 세계적 교역 축소 속에서 보호주의라는 난관에도 봉착했다”며 “주요 국가의 수입규제 건수가 121건에 달하고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26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또 KOTRA 측은 “주요 교역 국가들의 관세 인상에 따른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수입허가 조치 같은 비(非)관세 장벽은 피해 규모나 영향력이 관세보다 더 큰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4일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의 정기수요회의에서도 보호무역주의 문제가 거론됐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이 회의에서 “수출을 주로 하는 회사의 경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보호주의 충격의 산업별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서 앞으로 보호주의의 강도가 높아질 나라로 이른바 ‘브리스(BRIs·브라질 러시아 인도)’ 국가와 유럽연합(EU), 중국을 꼽았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 경향이 강한 데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U는 실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호무역의 유혹을 받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석유화학 분야는 공급 과잉 상태인 중국과 인도가 관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며, 철강은 주요 수출국과 수입국이 무역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7대 무역상대국과 8대 수출산업을 대상으로 보호무역 압력을 수치화한 결과 석유화학은 보호무역 압력지수가 0.35, 철강은 0.30으로 계산돼 반도체(0.24)나 조선(0.16) 등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보호주의 조치의 대상이 되는 업종들은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라며 “정부는 반(反)보호주의 흐름을 주도하고 기업들은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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