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환율 11년만에 최고…‘환란 공포’ 언제까지

  • 입력 2009년 2월 26일 16시 20분


◆ 환율, 외환위기 수준으로…나라 괜찮나

(박제균 앵커) 다시 경제뉴습니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24일에는 1516원대로 약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김현수 앵커) 환율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경제부 박용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하는데요, 요즘 외환시장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주시죠.

(박용)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0전이 내린 1516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오늘도 환율이 전날보다 6원 내린 1510원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약 11년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상승세가 멈춘 것에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최근 환율이 무섭게 급등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250원 이상 상승했습니다.

(박 앵커)환율이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뭡니까?

(박)일단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 등 해외발 악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은행에 대한 국유화나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와 자동차업계의 파산 가능성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의 경제위기로 동유럽에 돈이 묶인 서유럽까지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달러화 등 세계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신흥국가 통화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국내 외화 유동성 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외국인들이 25일까지 12거래일간 한국 주식을 내다팔고 나가는 바람에 주식과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앵커)그렇다면 환율 상승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국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자본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달러를 빼내 빠져나가면 국내에 달러가 모자라게 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해외여행이나 유학도 줄이고 수입상품도 덜 쓰라는 경고 메시지를 환율이 주는 것이죠. 지난해 4분기에 해외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5년 3개월 만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6% 감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거꾸로 원화 값이 싸지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이 늘고 수출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명동에 급증한 일본인 관광객이 단적인 사례죠.

문제는 환율의 상승 속도입니다. 환율이 요즘처럼 단기 급등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커지고 기업들의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고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정유 식품업체 등의 기업들은 환차손을 입게 됩니다. 통화옵션파생상품(KIKO), 엔화 대출자들의 손실도 늘고 해외에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도 울상을 짓게 됩니다.

(박 앵커) 지난해 '도시락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대적인 개입을 했던 외환당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박)외환시장에는 외환당국 개입 주의보가 이미 내려진 상태입니다. 당국이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대대적인 개입으로 고삐를 바짝 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당국은 발톱을 감춘 채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큰 판이 출렁거릴 때 시장에 개입해봤자 실익도 없고 외환보유액만 소진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수지가 지난해 10월 흑자로 돌아섰고 국제 유가와 물가도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 여건도 지난해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당국은 외환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기보다는 고환율이 주는 장점을 극대화해 수출을 강화하는 방향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앵커)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박) 국내외 외환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반기에는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악재, 즉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호재가 나오지 않고 불안 심리가 지속된다면 1600원 선까지 올랐다가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내 요인을 보자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한 악재가 해소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확인된 뒤 국내 시중은행이 외화 차입에 본격 나서게 되는 시점에서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2월 3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가 날 것으로 보이는 데 3월에도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상환 등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4월 이후에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박 앵커)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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