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닌텐도? 최소 3년만 지원해 준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토종 게임업체 바른손 크리에이티브의 최종신 대표(왼쪽)와 게임파크 홀딩스의 이범홍 사장은 “닌텐도와 같은 글로벌 게임업체가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발언 이후 관심이 쏠려 기대가 크다”면서도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한국판 닌텐도’가 태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각 회사
토종 게임업체 바른손 크리에이티브의 최종신 대표(왼쪽)와 게임파크 홀딩스의 이범홍 사장은 “닌텐도와 같은 글로벌 게임업체가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발언 이후 관심이 쏠려 기대가 크다”면서도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한국판 닌텐도’가 태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각 회사
한국 시장 온라인게임에 집중… 관심늘어 희망 커져

비디오 게임업체 ‘게임파크 홀딩스’ ‘바른손 크리에이티브’의 끝없는 도전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관심대상이 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준다면 언젠가 ‘한국판 닌텐도’ 하나쯤은 나오겠죠?”

20일 기자가 찾아간 경기 안양시 평촌의 ‘게임파크 홀딩스’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바른손 크리에이티브’ 등 국내 토종 비디오 게임업체 두 곳은 들뜬 분위기였다.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지식경제부와의 회의 자리에서 “우리도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볼 수 없느냐”고 말해 정부 차원의 후속 지원대책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다.

두 회사는 각각 휴대용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토종 게임업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규모의 투자는 고사하고 생존을 위한 자금 확보에 급급해하며 고독한 싸움을 해왔다.

‘한국의 닌텐도’를 꿈꾸는 게임파크 홀딩스의 이범홍 사장과 바른손 크리에이티브의 최종신 대표를 각각 만나 ‘한국판 닌텐도’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들었다.

○ “8년 동안 12번 이사”

게임파크 홀딩스가 있는 곳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이다. 주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밀집한 온라인 게임 업체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2001년 ‘게임파크’로 출범한 이 회사는 4년 전 닌텐도DS와 흡사한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2X-F100’을 야심 차게 내놓았으나 판매량이 기대의 절반에 그치는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돈이 궁해 서울 논현동, 영등포, 구로공단, 수서를 돌며 8년간 12번이나 회사 사무실을 옮겼다.

이 게임기의 재고 처리에만 3년이 걸렸지만 이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올해 4월 차기작 ‘GP2X-위즈’를 내놓는다.

“도전을 안 했으니 닌텐도 같은 비디오 게임기가 한국에서 안 나올 수밖에요. 영향력 있는 대기업마저 1980년대 후반 재믹스(대우), 컴보이(현대) 이후 투자가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3년은 노력해야 닌텐도를 기술적으로 따라잡을까 말까 한 수준으로 전락했죠.”

또 하나의 ‘한국판 닌텐도’ 기대주인 바른손 크리에이티브는 2007년 ‘한국인의 상식력’, ‘매직Q’ 등 교육용 닌텐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스튜디오 나인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해 어려움을 겪다 운 좋게 바른손이라는 좋은 투자자를 만났고 음악과 교육을 테마로 한 게임으로 인기를 끌며 국내 대표적인 게임 콘텐츠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쉽지만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해외 시장은 대부분 비디오 콘솔 게임이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국내의 관심은 오직 온라인 게임에만 있습니다. 정부와 투자자의 관심도 편향돼 있습니다. 불균형을 깨고 잠재시장을 발굴하는 게 관건입니다.”

최 대표는 게임 불법 복제에 대해서는 “불법 복제로 피해를 많이 봤지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살 만큼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업체 탓도 있다”고 말했다.

○ “주먹구구식 정책은 자괴감만 키울 뿐”

두 회사 모두 고무돼 있었다. 이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으로 국내 비디오 게임 업계에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를 위한 과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장은 “처음부터 닌텐도나 소니 등 기술력과 마케팅을 앞세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며 “틈새시장 위주로 저변을 넓혀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 역시 ‘한국의 닌텐도’가 나오려면 최소 3년 이상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최 대표는 “1, 2년 안에 무언가를 못 얻으면 바로 취소하는 주먹구구식 정책은 오히려 자괴감만 키울 뿐”이라고 답했다.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는 이들에게 언제쯤 희망이 찾아올까. 그래도 이들은 이렇게 얘기하며 웃었다.

“예전에는 누군가가 ‘뭐 만드냐’고 물으면 장황하게 설명을 해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한국의 닌텐도’를 만든다고 하면 다 알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닌텐도에 고맙기도 하죠.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라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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