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 맨해튼 같은 서울심장 필요”

  • 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버즈 두바이’ ‘제2롯데월드’ 등을 디자인한 미국 SOM의 무스타파 케말 아바단 디자인 파트너는 “서울은 뉴욕의 맨해튼처럼 서울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도심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버즈 두바이’ ‘제2롯데월드’ 등을 디자인한 미국 SOM의 무스타파 케말 아바단 디자인 파트너는 “서울은 뉴욕의 맨해튼처럼 서울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도심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초고층 건물숲 입지 용산 적합

제2롯데월드, 주변과 부조화?

건물의 상징성 우선 고려하길”

제2롯데월드 디자인 프로젝트 담당 무스타파 아바단 씨

“서울의 도심을 보면 몇몇 ‘위성’들만 있고 ‘태양’은 없는 도시 같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변에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서울이란 도시에 상징적인 심장부를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인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에서 초고층 건물과 도시계획 관련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무스타파 케말 아바단 디자인 파트너(50)의 서울 진단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들어설 지상 112층의 제2롯데월드 설계를 이끈 그는 롯데건설이 주최한 ‘제4회 초고층 건축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 중인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아바단 파트너는 “서울은 광화문 강남 잠실 삼성동 등 도심은 많지만 뉴욕의 맨해튼 같은 상징적 도심이 없다”며 “한강 주변에 초고층 건물이 대거 들어서는 지역 중 한 곳을 서울의 진정한 심장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용산구는 서울의 중심부에 속하고 교통 인프라도 좋다”며 “특히 미군부대가 옮겨가면 대규모 공원까지 조성할 수 있어 초고층 건물 숲 사이로 대형 녹지와 강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서울의 상징적 도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심한 지진이나 태풍 피해가 없어 초고층 건물들이 발달하기 유리한 환경”이라며 “개인적으로 서울은 뉴욕, 부산은 홍콩 등의 초고층 건물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게 적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제2롯데월드의 디자인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그는 “주변 경관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도시 또는 나라를 대표하는 수준의 건물을 지을 때는 건물 자체의 독특함 효율성 상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주변 지역과의 조화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문화유산이며 인간과 우주가 만나는 공간이었던 첨성대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건물이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직사각형, 위로 갈수록 원형 모양인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직사각형)과 우주(원)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아바단 파트너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6개월 전부터 초고층 건물의 트렌드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예로 들며 독특하거나 예쁜 모양의 초고층 건물들이 널리 알려지며 다소 지나치게 개성 있는 모양을 중시했던 풍조가 있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본격화로 경제적 효율성과 합리성을 우선적인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

그는 “건물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디자인 추세가 바람직하고 경제위기로 이 추세는 꽤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6년째 SOM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바단 파트너는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 한국의 ‘부산 롯데월드’,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 금융가’, 일본 도쿄의 ‘도쿄 미드타운’ 등 굵직한 초고층 건물과 도시계획 디자인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부산=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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