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Gift]변신!… ‘섹시한 폴크스바겐’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미끈한 보디라인… 럭셔리 이미지로 ‘화장’

폴크스바겐의 모델 중 비틀과 ‘미니버스’ 등은 단순하면서도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마니아가 많다. 주요 라인업인 ‘루포’, ‘폴로’, ‘뉴비틀’, ‘골프’, ‘파사트’, ‘투아렉’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대형차 ‘페이튼’마저도 심심한 디자인이다.

이제는 독일 국민이라도 중산층은 돼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의 수준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폴크스바겐이지만 최근까지도 단순한 디자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CC로 폴크스바겐을 지겹게도 지배하고 있었던 히틀러의 주문(呪文)이 풀려버렸다. 히틀러는 값싸고 단순한 국민차 비틀을 생산하도록 요구한 장본인이다.

○ 섹시한 폴크스바겐

CC는 콤포트 쿠페(Comfort Coupe)의 약자다. 안락한 최고급 세단과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한 쿠페의 장점을 조합한 신개념 4도어 쿠페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강인한 인상의 앞모습과 낮은 천장, 유선형으로 미끈하게 이어지는 보디라인은 전형적인 쿠페의 모습이다.

본래 쿠페는 문이 2개인 스포츠형 자동차를 뜻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가 최초로 4도어 쿠페의 개념을 도입한 ‘CLS’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자동차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CC는 어딘지 모르게 CLS의 라인과도 닮았다. 멋을 추구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럭셔리한 이미지도 풍긴다.

진작 이런 디자인을 내놨더라면 폴크스바겐의 지위는 지금보다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멋쟁이가 되려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천장이 낮아서 타고 내릴 때 일반 세단형 모델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실내공간도 차의 크기 비해서는 좁게 느껴진다. 뒷좌석도 2명만 탑승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외모에 비해서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계기반과 기어박스 주변은 나름대로 럭셔리해졌지만 공조기 버튼을 비롯한 조작패널은 밋밋한 편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시스템, DMB, 블루투스 기능 등이 통합된 올인원 시스템은 폴크스바겐 오리지널이 아니고 국산 개조 제품이 들어갔는데 인터페이스가 조잡하고 오디오 기능 부분이 약해 앞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 매력만점 디젤모델

시승한 차는 디젤엔진이 들어간 2.0L TDI와 가솔린엔진 2.0L TSI 2종류 모델인데 소음과 진동이 거의 비슷했다. 디젤엔진 모델이 그만큼 정숙해졌다는 뜻이다. 골프나 파사트 디젤보다 쾌적성이 더욱 높아졌다. 디젤 모델의 방음과 방진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200마력인 TSI 모델은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가볍게 치고나가는 맛이 좋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은 제원상 7.8초이고 측정장비로 8.0초가 나왔다. 겨울철이어서 노면이 미끄럽지 않았다면 제원 수치대로 가속력이 나왔을 듯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10km에서 제한된다.

TDI 모델은 170마력으로 제원상 제로백은 8.6초다. 출발 순간 TSI 모델에 비해 민첩성이 약간 떨어질 뿐이고, 일단 가속이 시작되면 힘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최고속도는 제원상 224km까지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일반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TSI 모델과는 달리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인 DSG가 들어가서 변속이 빠르고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 패들시프터를 통해 변속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TSI 모델은 환상적인 연료소비효율이 눈에 띈다. 공인 연비는 L당 16.2km인데 서울 시내에서는 L당 12∼13km를 갈 수 있었고, 고속도로에서는 18∼20Km도 가능했다. 고속도로만 주행하면 70L 연료탱크 한 번 주유로 1200km는 어렵지 않게 주파할 수 있고 최대 1400km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디젤 모델을 시승하는 일주일 동안 어느 정도까지 주행거리가 가능한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했지만 시내주행만으로는 도저히 연료계 바늘을 바닥까지 떨어뜨릴 수가 없어서 결국 연료를 절반 정도 사용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 스포티한 핸들링

역시 쿠페 스타일에 어울리는 몸동작을 보인다. 운전대를 돌리기 시작할 때는 날카롭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게 차체가 따라오기 시작해서 비교적 재빠르게 방향전환이 이뤄진다. 방향전환을 끝내고 자세를 잡을 때도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는 불필요한 흔들림이 없어 큰 부담 없이 연속적인 핸들링을 할 수 있는 편이다. 스포츠카를 바라는 운전자가 아닌 이상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능이다.

승차감도 독일 세단치고는 부드럽다.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DCC 시스템은 스포츠와 콤포트, 자동 모드 3가지로 맞출 수 있는데 생각보다 조절의 양은 크지 않았지만 분명히 승차감과 핸들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콤포트 모드는 노면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시내 주행에서 큰 장점을 보였다. 고속주행에서 스포츠 모드는 차체의 안정감을 높여 줬다.

유선형 디자인에다 차체의 기밀도가 높아져서 시속 180km로 주행할 때도 동승자와 편안하게 대화가 가능했던 점도 인상적이다. 콤포트 쿠페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다양한 편의·안전장치

펑크의 걱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모빌리티 타이어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이 타어어는 지름 5mm 이내의 이물질로 인해 펑크가 나더라도 공기압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즉각적인 자가 복구가 가능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이후에도 추가적인 조치 없이 계속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폴크스바겐의 자체적인 조사에 따르면 모빌리티 타이어는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타이어 펑크 사고의 85%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시트는 세미버킷 스타일로 착좌감이 편안하면서도 좌우의 흔들림에 몸을 잘 잡아줘서 장시간 운전할 때의 피로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여기에 열선은 물론이고 열과 땀을 발산시키는 통풍 기능도 들어 있다.

일렬 주차를 할 때 자동으로 주차를 해주는 파크어시스트 기능과 전동식 운전대, 메모리 시트, 전동식 주차브레이크,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신호대기나 잠시 정차를 할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오토홀드 기능 등도 들어 있어 폴크스바겐이 굳이 ‘독일산’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프리미엄급으로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디젤과 가솔린 모델 모두 5040만 원으로 미국과 일본 판매가격과 비교할 때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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