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지법 준수 ‘카르텔교육’ 강화를”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 EU, 삼성전자 KAL 등 제재 임박

“미국 소비자 보호하라”

오바마정부 우선 현안

담합사실 사전신고땐

감면혜택 받을수 있어

삼성전자와 대한항공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국제 카르텔 규제 조치가 임박하면서 관련 업계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각각 3억 달러(약 414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을 감안할 때 EU 경쟁당국도 해당 기업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과징금을 매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U의 조치가 다른 나라를 자극해 과징금 규모가 눈 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내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국제 카르텔 규제가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국제통상무역 질서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 국내산업 보호의 새로운 ‘칼’

전 세계적인 불황 속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 카르텔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에서 대외 무역에 적극 개입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 법무부의 경우 국제 카르텔 단속을 ‘최우선 과제’로 공표하고 해마다 적발 사례 등을 발표하고 있으며 EU, 일본 등도 이와 같은 움직임에 합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카르텔에 대한 규제를 ‘민생 치안’에 비유한다면 국제 카르텔에 대한 규제는 ‘국방 안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각국의 경쟁당국은 국제 카르텔을 국내 소비자에게 가야 할 ‘부(富)’를 카르텔 기업들이 국외에 빼내가는 행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 반독점법 정책담당 국장을 지낸 조엘 데이비도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도 8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국)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규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EU 경쟁당국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그 크기나 세계시장 점유율 면에서 관련 품목 카르텔을 선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처벌 수위가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국내 대기업들 대책 서둘러야

규제 당국들의 국제 공조 체제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미국 및 일본의 경쟁당국들과 공동으로 유럽권 고압 전선 업체들에 대한 카르텔 혐의를 포착해 각국 지사를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카르텔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만큼 당국 간 협력 체제도 그만큼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서둘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이 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제 카르텔 규제의 ‘칼날에 몸을 상하지 않으려면’ 사후적인 대책보다는 사전적인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유죄 혐의가 인정됐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단계에서는 ‘손’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송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각 기업의 법무팀은 담합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영업 마케팅 광고팀 등을 상대로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고 관련된 사례들도 수집해 자체 행동강령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과 담합 공모를 했더라도 가장 먼저 규제 당국에 알릴 경우 면책을 받는 ‘자진신고자감면제도’를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만에 하나 조사 대상인 기업이 담합 행위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의 ‘출혈’ 또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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