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승자의 웃음’ 예감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하이닉스반도체는 40나노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1Gb DDR3 D램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개발로 하이닉스는 생산성을 기존 공정보다 50∼60%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사진 제공 하이닉스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는 40나노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1Gb DDR3 D램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개발로 하이닉스는 생산성을 기존 공정보다 50∼60%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사진 제공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자 이어 하이닉스도 40나노급 D램 연내 양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나란히 40나노급(1nm=10억분의 1m) D램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반도체 시장이 언제쯤 불황의 터널을 통과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한국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해외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확실하게 벌림으로써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끼리 세계 최초 경쟁

하이닉스는 8일 40나노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1Gb(기가비트) DDR3 D램을 개발해 올해 3분기(7∼9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미 40나노급 1Gb DDR2 D램을 개발했지만 이보다 동작 속도가 빠른 DDR3에 4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0나노급 공정이란 D램을 만들 때 원판 실리콘 웨이퍼 위에 그리는 회로 폭을 40nm대까지 줄인 것으로, 한 웨이퍼에서 그만큼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50나노급 공정 대비 생산성이 50∼60%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D램 업계의 주력제품은 DDR2이지만 40나노급 공정이 본격화할 내년부터는 초당 최대 2133Mb(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DDR3가 주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세공정 기술을 선도해 온 삼성전자가 아직까지는 한발 앞서 있다.

2005년 처음 60나노급 D램 시대를 연 삼성전자는 2006년 공정기술을 50나노급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4일 발표한 40나노급 1Gb DDR2 D램 역시 이미 미국 인텔의 모듈 인증 실험을 끝낸 상태로, 2Gb D램에 기술을 적용해 3분기 양산만을 앞두고 있다.

하이닉스는 인텔의 규격과 호환성을 만족하도록 제품을 개발했지만 아직 인증 실험을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발표한 40나노급 공정기술은 이미 지난해 개발이 완료된 것”이라며 “DDR3 제품에도 곧 이 기술을 적용해 D램 업계에서의 기술 우위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장악력 더 확대될 듯

현재 50나노급 D램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2곳뿐이다. 이에 따라 3분기부터 40나노급 공정을 가동하면 60나노급 또는 70나노급에 머물러 있는 일본 미국 대만 등의 경쟁업체들과의 기술격차가 최소 1년, 최대 3년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 경쟁사들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출혈경쟁에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황. 한국 업체들이 지난해 적잖은 영업손실을 보았는데도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D램 시장 세계 5위인 독일 키몬다는 지난달 파산을 신청했고, 일본 엘피다(3위)와 대만 난야(7위)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액에 맞먹을 정도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6위와 8위인 대만 파워칩과 프로모스도 이미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본보 7일자 A2면 참조

▶獨 키몬다 파산신청 이어 대만업체들 유동성 위기

지난해 1∼9월 세계 D램 시장의 49.4%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올해부터는 50% 이상의 시장을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 우위는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할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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