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못넘기는 中企 새내기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 인크루트, 직원 1000명 미만 341개사 3209명 조사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가운데 36.6%는 1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중소기업 신입사원 조기퇴사율(30.9%)에 비해 약 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묻지 마’ 식 입사지원을 하는 취업준비생이 상당수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조기퇴사 비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기퇴사율 36.6%… 불황에도 전년보다 6%P 증가

‘묻지마 입사’ 영향… 기업들 ‘인력 사수’ 대책 고심




○ ‘적성에 맞지 않아서’ 조기퇴사

2일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에 따르면 중소기업 341개사(종업원 1000명 미만)가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3209명 가운데 36.6%에 달하는 1173명이 입사한 지 1년 이내에 조기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같은 조사에선 중소기업 162개사의 신입사원 776명 중 240명(30.9%)이 조기퇴사한 것으로 나타나 1년 만에 조기퇴사율이 5.7%포인트 증가했다. 불황으로 취업이나 이직하기가 힘들어졌는데도 중소기업 입사자들의 조기퇴사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인크루트 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당수의 취업준비생이 본인 적성이나 기호와 상관없이 ‘묻지 마’ 식 지원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조기퇴사 이유에 대해 인사담당자의 38.4%가 ‘업무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아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 △조건이 더 좋은 회사로 이직(15.7%) △연봉이나 복리후생에 불만(15.7%) △기업문화 부적응(14.4%) △인간관계에 문제(5.2%) 등도 꼽혔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들이 ‘일단 취업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온 뒤 실무교육 도중 원하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며 “가뜩이나 자금사정도 어려운데 큰돈을 들여 뽑은 신입사원들의 절반이 나가버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 기업들 ‘퇴사 막아라’ 고심

중소, 중견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조기퇴사를 막기 위한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341개 중소기업 중 173개사(50.7%)가 신입사원들의 조기퇴사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32.9%가 ‘일정기간 근무 시 임금을 올려준다’고 답했으며 △멘터링 제도 시행(30.1%) △다양한 복리후생 제공(25.4%) △해외연수 기회 제공(2.3%) 등의 방법도 동원했다.

예컨대 모자 제작업체인 유풍은 선배 사원을 멘터로 정해 신입사원을 관리하는 ‘멘터링 제도’를 통해 신입사원 조기퇴사율을 24%에서 10%대 이하로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안철수 연구소와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신한다이아몬드 등 중견업체도 신입사원 멘터링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복리후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필터를 생산하는 만앤휴멜동우는 미혼직원을 위한 아파트 임대와 함께 독일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부품 생산업체인 경남스틸㈜은 자녀수와 상관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자금 전액을 회사가 부담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도 진작부터 조기퇴사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는 신입사원 부모에게 꽃과 함께 최고경영자의 친필서신을 보내고, LG상사는 ‘신입사원 케어링(caring) 시스템’을 통해 빠른 회사적응을 돕고 있다.

○ 취업준비생 희망연봉 낮아져

취업준비생들의 ‘묻지 마’ 지원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이들의 눈높이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4년제 대졸 취업준비생 1157명의 평균 희망연봉은 2143만 원으로 지난해 9월 같은 방식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2260만 원)보다 117만 원(5.2%) 떨어졌다.

기업 유형별 희망연봉은 외국계 기업 지원자의 경우 지난해 9월 2455만 원에서 올해 1월 2297만 원으로 6.4%나 하락했고, 같은 기간 △대기업은 2413만 원에서 2290만 원(―5.1%) △중견기업 2214만 원에서 2126만 원(―4.0%) △공기업 2309만 원에서 2218만 원(―3.9%) △중소기업 1806만 원에서 1780만 원(―1.4%)으로 각각 하락했다.

불황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이 불과 4개월여 만에 1.4∼6.4%씩 연봉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동아일보 주요기사

강호순, 여성편력 소설-관상책 보며 ‘범죄수업’

李대통령-박근혜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30원짜리 초저가 주식 거래, 있다? 없다?

‘클림트의 감성’ 문화와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1000,000,000,000$→1$…짐바브웨 또 화폐단위 절하 단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