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구입 자금출처 조사… 한시면제 ‘뜨거운 감자’로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건설업계 “돈 있는 사람들 돈 쓰게 해야”

정부 “도덕적 해이 초래 우려” 불허 방침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주택구입 자금출처 조사의 한시적 면제’는 정부 여당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자금출처 조사는 부동산 등을 취득했을 때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어 제3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매입자에게 증여세를 추징하기 위한 제도다.

30세 미만 가구주는 5000만 원 이상, 30∼39세의 경우 가구주는 2억 원, 비가구주는 1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할 때 자금출처 조사 대상이 된다. 40세 이상은 가구주는 4억 원, 비가구주는 2억 원 이상 부동산을 살 때 자금출처 조사를 받는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실장은 “외환위기 때도 얼어붙은 주택경기를 풀기 위해 자금출처 조사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전례가 있다”며 “주택을 구입할 능력은 있지만 세금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움직여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한 번 더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부동산시장이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반겨야 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을 들어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정은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면서도 자금출처 조사의 한시적 면제는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정은 20일 모임에서도 자금출처 조사 면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금출처 조사 면제에 따르는 민감성과 폭발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자 정부’ 논란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달 초 “현재 추진 중인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자금출처 조사 면제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고성수(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실거래가 신고제 등 재산과 거래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놓고 부동산에서만 예외를 인정한다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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