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마일리지 왜 묵히시나요?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유효기간 5~7년… 영화-쇼핑-외식 즐길때 현금처럼 사용

불황을 타고 항공사의 제휴 마일리지(항공 마일리지로 쇼핑 등에 사용 가능)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악화로 여행 등 항공수요가 줄면서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얻기보다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항공사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회원들은 제휴 마일리지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9만8500건에 8억6300만 마일리지를 사용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1회 사용에 국내선 편도 항공권 마일리지(5000마일)를 넘는 평균 8761마일리지를 쓴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발급 마일리지 추정치(73억7000만 마일리지)의 11.7%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제(5∼7년이 지나면 적립된 마일리지 무효화)를 전격 도입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0월 항공 마일리지로 영화 관람이나 식사, 호텔 숙박, 쇼핑에 사용할 수 있는 제휴 마일리지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한항공도 이달부터 항공 마일리지로 렌터카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투리’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유효기간제 도입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다.

아시아나항공 제휴 마일리지의 월별 사용건수는 10월 2만7580건, 11월 3만1520건, 12월 3만9400건으로 갈수록 사용량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불황으로 보너스 항공권을 얻기보다 상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고 △마일리지를 적립해도 보너스 항공권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며 △유효기간제를 의식해 서둘러 마일리지를 소비하려는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항공사가 마일리지로 비싼 항공권을 주기보다 제휴사를 통해 낮은 현금가치로 마일리지를 소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장당 7000원인 영화 티켓을 제휴 마일리지로 구입하려면 실제 현금가치로 2만4000원에 해당하는 1200마일리지(1마일리지의 소비자가격은 20원)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정윤선 책임연구원은 “영화 티켓만 놓고 보더라도 제휴 마일리지의 현금가치가 보너스 항공권에 들어가는 마일리지의 약 30%에 불과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휴 마일리지의 사용 건수를 기준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영화 관람이 4만8200건(49%)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쇼핑(26%) 외식(18%) 레저(5%) 순으로 나타났다.

1만 마일리지 이상이 필요한 쇼핑, 외식 등과 달리 영화 관람은 장당 1200마일리지(평일 기준)만 들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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