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클래식 마케팅으로 고객잡기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지휘자 금난새 씨가 참여하는 제주 신라호텔의 실내악 연주회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 백화점 고객들에게 무료로 여는 현대백화점의 클래식 콘서트(왼쪽부터). 사진 제공 신라호텔, 현대백화점
지휘자 금난새 씨가 참여하는 제주 신라호텔의 실내악 연주회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 백화점 고객들에게 무료로 여는 현대백화점의 클래식 콘서트(왼쪽부터). 사진 제공 신라호텔, 현대백화점
광고 모델로 연주자 내세우고 무료 콘서트 열기도

롯데백화점은 올해 초 클래식 연주자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피아니스트 임동혁, 비올라 연주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남성 6인조 클래식 앙상블 ‘디토’에 속한 20대 음악가들이 주인공. 이들은 지난해 발레리나 강수진에 이어 올해 롯데백화점과 6개월 단발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과거 배용준, 송승헌 등 인기 연예인들이 백화점 단골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자들이 대세가 됐다.

박종국 롯데백화점 마케팅팀 과장은 “유행에 민감한 연예인이 아닌 고급스럽고 차분한 이미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광고부터 콘서트까지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클래식이다. 경기침체로 변화와 혁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이미지로 거듭나려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 고전 음악이 가진 정통적이고 안정된 이미지를 극대화해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불황기 기업들의 지상과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LG그룹의 기업광고 ‘유럽의 음악원’ 편은 김치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들이 클래식 악기로 변하는 것을 주제로 했다.

오리온은 어린이용 과자 ‘닥터 유’ 모델로 지난해 끝난 클래식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인 탤런트 김명민을 내세웠다. 두 광고 모두 엄격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유통업계의 클래식 마케팅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은 4일 목동점을 시작으로 무료 클래식 콘서트를 매장 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12일에는 서울 미아점에서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콘서트가 열렸다.

제주 신라호텔은 다음 달 9일부터 14일까지 지휘자 금난새 씨가 참여하는 호텔방 실내악 연주회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로 5회째인 이 행사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200∼300명의 소수정예 고객을 위한 콘서트다.

이 호텔 마케팅팀의 장재영 지배인은 “콘서트 때문에 호텔을 찾는 손님이 많아 최근에는 아예 콘서트 패키지 상품(22만 원)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 제조에도 활용되는 클래식

마케팅을 넘어 제조과정에 클래식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다음 달 공개할 발효과자 제조 과정에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등 10여 곡의 클래식 음악을 사용했다.

크라운해태제과 과자개발부 신용목 부장은 “발효시킬 때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효모 수가 증가해 맛과 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들려주며 간장 된장을 숙성시키는 대상은 올해 숙성실 스피커를 2개에서 4개로 늘릴 예정이다. 입체 음향을 내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이런 클래식 마케팅 붐이 단순한 이미지 ‘차용’에만 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클래식 음악이 유행처럼 여기저기 사용되는 분위기”라며 “장기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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