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기업 영업익 반토막 되나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올해 초 한국 대표기업들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엔 기업들이 외환, 주식 등에 잘못 투자해 실적이 악화됐지만 올해는 주력 사업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세계 실물경기의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줄고 내수도 위축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1일 증권회사들의 코스피 상장사 실적 전망을 종합한 결과 시가총액 1∼10위 기업(금융지주회사 제외)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이 채 안 될 것으로 추산됐다. 》

시가총액 10위권 1분기 2조9700억 그칠 듯… 실물 경기 급속 침체 예고

○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적자 반전 충격파

시가총액 10대 기업들의 영업이익(표 참조)은 지난해 1분기 6조9800억 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조9700억 원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요인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

증권사들은 지난해 1분기에 2조1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가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 손실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LG디스플레이도 올 1분기에는 3400억 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등의 수요가 국제적으로 급감하면서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른 기업들도 형편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 기준 매출액 상위 2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년 전 10조8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5조6700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3개 이상 증권사가 추정 실적을 내놓은 코스피시장 129개 기업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4.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상장회사들의 전년 대비 연간 영업이익은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9·11테러의 영향을 받은 2001년(―18.0%),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이 둔화된 2005년(―12.0%)과 2006년(―2.5%)에 감소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뜻이다.

○ 수출 줄고 내수 위축 기업경영 본질적 위기

영업이익 감소란 결국 ‘장사가 안 된다’는 것으로 기업 경영에 본질적인 위기가 닥쳤음을 뜻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순이익은 20% 정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 감소는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외화 부채가 늘어난 반면 주가 폭락 등으로 보유자산 가치는 급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옮아가기 전이어서 ‘본업’인 영업은 그런대로 선방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작년과 반대로 올해는 순이익보다 영업이익 악화가 예상된다”며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영업외수지는 개선되겠지만 해외 수요 급감으로 수출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자, 반도체는 물론이고 조선, 철강 등 장치산업들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도 수익성이 악화돼 올해 1분기 외환은행의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44.8%, 기업은행은 35.6%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업체 ‘빅3’의 유동성 위기와 일본 업체의 엔고 타격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또 KT&G, SK텔레콤 등 이른바 ‘경기방어 업종’의 기업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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