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감원바람에 인턴기회도 실종”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성균관대 재학생 전준상 씨가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에서 학기를 마친 뒤 친구들과 수료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 씨는 현재 스위스 UBS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금융위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
성균관대 재학생 전준상 씨가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에서 학기를 마친 뒤 친구들과 수료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 씨는 현재 스위스 UBS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금융위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
■ 미래에셋 해외장학생들 ‘글로벌 금융위기’ 체험

세계시장 속 한국금융 취약성 생생히 느껴

“환상을 깨는 기회로… 올바른 금융인 될것”

《“미국 금융회사에 취업 못한 중국 친구들이 한국 취업 시장은 어떤지 물어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게 실감나요” 금융위기로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해외에서 위기를 체험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해외교환장학생 156명과 글로벌 투자전문가 55명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금융 선진국에서 금융위기를 맞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들 장학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미래에셋그룹의 사내 웹진을 통해 각 선진국에서 경험한 것과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

이들이 위기를 가장 생생히 느낀 부분은 바로 취업시장. 방학을 이용해 투자은행(IB) 등 금융사에서 인턴 경험을 쌓고 싶지만 정규직도 감원에 내몰려 인턴 취업이 쉽지 않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김재영(27) 씨는 “1년 전 다섯 개 금융사가 취업 제안을 먼저 해왔다면 지금은 다섯 개 금융사의 면접 약속을 받아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학 경영학 강의시간에 교과서 대신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토론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교과서와 현장이 결합된 강의로 경제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 데이턴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는 신정원(22) 씨는 “최근 경제학 수업에서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발표를 했다”며 “미국의 위기가 한국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공부하면서 한국 경제가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지 생생히 느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는 투자은행에서 금융인들의 고민을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성균관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전준상(24) 씨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UBS 자금분석팀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전 씨는 “시장 격동기에 여러 투자은행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니 위기가 닥치기 전에 유동성, 자산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금융위기를 체험한 것이 금융인으로 활약할 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선배 금융인들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김 씨는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위기는 금융인들의 과욕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영국에서 금융업의 몰락이 전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을 보며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 막연히 ‘금융인’이라고 정했던 장래 희망도 위기를 통해 뚜렷해졌고 금융계에 대한 환상도 걷어냈다.

신 씨는 “전에는 막연히 금융인이라는 직업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금융위기를 지켜보며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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