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need swap” 설득 또 설득

  • 입력 2008년 10월 30일 19시 33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달러 부족 우려가 해소되자 경제수장들은 안도감을 나타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밝은 얼굴로 웃고 있다. [연합]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달러 부족 우려가 해소되자 경제수장들은 안도감을 나타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밝은 얼굴로 웃고 있다. [연합]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뚫어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을 불러 특명을 내렸다. 미국이 주요 5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대한 이튿날이었다.

이후 40일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 '스와프 성사 작전'이 펼쳐졌다. 그간 적잖은 불협화음을 냈던 두 기관에서 국운(國運)을 건 '이중주'가 시작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24일 한국은행 이광주 부총재보는 워싱턴의 주재원을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가능성을 타진했다.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원화가 국제 결제성 통화도 아닌데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AAA에 못미친다는 이유였다. 정부 내에서는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신용도만 낮아진다"며 포기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10월 초를 전후해 재정부는 미 재무부를, 한국은행은 미 연준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은 이광주 부총재보는 8일 뉴욕으로 가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총재를 만났다. 발언권이 강한 뉴욕 연준은행을 창구로 도널드 콘 부의장 등 FRB의 핵심 라인을 뚫어 나갔다.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는 미국 정부 및 FRB 핵심 인맥을 두루 접촉할 절호의 기회였다.

강만수 장관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벤 버냉키 FRB 의장을 만나 "We need swap(우리는 미국과의 스와프가 필요하다)"이라며 강도 높게 설득 작업을 벌였다.

뉴욕에서 강 장관과 만난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과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회장은 FRB 핵심 인맥에 한국의 의견을 적극 전달하는 등 '메신저' 역할을 맡아줬다.

로즈 회장은 특히 통화스와프 결정권을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이기도 한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준은행 총재와의 면담도 주선했다. 이성태 총재 역시 FRB와의 실무 협상 전반을 총괄하면서 전략을 꼼꼼히 챙겼다.

전방위 외교전의 결과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재무장관 회의 기간 중 미국에서 "주말 내 체결이 임박했다"는 낭보가 날아왔다.

이광주 부총재보는 베이징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일주일 가까이 미 FRB 측과 실무 협상을 벌였다.

30일 새벽 4시 25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신제윤 차관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뉴욕 총영사관의 윤여권 재경관이었다. "5분 뒤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FRB과 한국 등 4개국과 스와프 계약을 체결합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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