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파생 대신 원금-안정 넣어라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 금융사 증시하락장 새이름 신상품 개발에 진땀

고객, 손실주범 해외펀드-파생상품에 싸늘한 시선

원금보장-안정성 내세운 절세상품 만들기에 고심

“요즘 ‘주식’이나 ‘파생’ 자 들어간 상품은 겁나서 못 내놔요.”

한 자산운용사 상품개발 부서 임원 A 씨는 그동안 시장에 내놓을 주식형펀드를 공들여 준비했지만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상품 출시가 지연되자 큰 고민에 빠졌다. 시장 상황이 나빠 펀드를 내놓아도 투자금이 충분히 모이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 A 씨는 “증시 폭락으로 운용사들이 주식형펀드 출시를 꺼리고 있다”며 “상품을 내놓자니 안 팔릴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내놓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증시 폭락의 여파로 돈이 정기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금융회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고육지책으로 요즘 분위기에 맞는 안정형 상품을 내놓거나 주식 관련 상품은 출시를 아예 미루고 있다.

○ 주식, 파생 관련 상품 인기는 옛말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금융회사 창구에서 ‘주식’과 관련된 신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0월 새로 설정된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펀드는 6개. 28개가 출시된 지난달보다 크게 줄었다. 각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최근 원금이 반 토막 난 해외 주식형펀드에 대한 반응은 더 냉담하다.

삼성증권 홍성용 상품개발파트장은 “증시와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아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은 고객들에게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상품 대신 보장성 상품을 권하고 있다.

하락장 대안 상품으로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 등 파생 상품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고수익을 보장했던 ELS와 ELF가 최근 증시 급락으로 줄줄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탓이다. 최근 파생상품 손실을 두고 판매사와 투자자들의 갈등이 불거진 것도 파생상품 인기 하락에 크게 한몫을 했다.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본부 김성숙 팀장은 “코스피 1,200 선 밑에서 ELS 상품을 더 출시하려고 계획했지만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미룰 계획”이라며 “증시가 폭락하는 요즘 ELS를 내놓으면 오히려 고객들에게 욕을 먹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안정형 상품으로 고객을 잡아라

투자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 금융사들의 처지에서는 신상품을 내놓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 이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신상품은 원금 손실이 없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나 안정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변액보험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던 일부 생명보험사도 변액상품 영업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한 생보사의 보험설계사는 김모(28) 씨는 “변액보험 가입자의 항의 전화 때문에 다른 일을 못 할 지경”이라며 “회사 주력 상품이 변액보험이지만 지금은 보장성보험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 상승장에서 외면받던 원금보장형 ELS가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신운용은 이달 중순 정부가 펀드 세제혜택안을 내놓은 뒤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채권형 펀드를 재빨리 내놓았다. 카드사들은 회원 확장을 가능한 한 하지 않으려는 방침을 정해 놨지만 기존에 체결한 제휴사와의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휴카드만 내놓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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