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또 하나의 뇌관… 美-유럽 이어 日도 침체 우려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세계경제 3대 축 흔들

일본 엔화가 ‘나 홀로’ 고공비행을 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엔고(円高) 불황’의 충격파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3대 버팀목 중 하나인 일본 경제가 엔고의 영향으로 실물과 금융 부문에서 침체에 빠질 경우 세계 경제에 ‘제2의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다.

엔-달러 환율은 27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2엔대까지 급락(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92엔대로 떨어진 것은 1995년 8월 이후 13년 2개월 만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124엔까지 올랐고 지난달에도 100엔 이상을 유지했다.

28일 엔화는 전날보다 1엔 이상 오른 달러당 94엔대에서 주로 거래됐다. 전날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엔화의 과도한 상승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밝힌 효과였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일본 경단련 회장도 27일 “엔에 자금이 집중돼 세계시장의 유동성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은 일본 단독으로라도 환율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경제 전문가 5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 전원이 달러당 83∼85엔대까지 엔고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진정되고, 헤지펀드 등이 투자자산 처분을 중단해야 비로소 엔고 압력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도요타자동차, 캐논, 소니 등 수출기업들은 영업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이 기업들에 투자한 금융회사들도 피해를 봐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따라서 악화되고 있다.

한편 이날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00엔당 1600원을 넘어섰다가 1536.96원으로 마감했다. 1개월 전(9월 26일)에는 지금보다 376원 정도 낮은 1160.50원이었다.

엔고 현상은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유리해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일(對日) 무역적자만큼은 심화된다. 일본에서 사오는 부품, 기계류의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실제 엔고가 본격화된 9월 한국의 대일 수출액은 23억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7% 늘었지만 수입은 53억 달러로 27.3% 증가했다.

금리가 낮은 일본 자금을 빌려 썼던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의 상환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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