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기침체 막으려면 감세-재정지출 확대 바람직”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姜재정-루빈 고문 회동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 재무장관(오른쪽)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을 만나 최근의 국제금융 상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제공 기획재정부
姜재정-루빈 고문 회동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 재무장관(오른쪽)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을 만나 최근의 국제금융 상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제공 기획재정부
■ 월街 금융인들, 강만수장관에 조언

姜장관“美금융위기, 한국 영향 제한적

이달 경상수지 흑자 돌아설 것”

“세금을 줄이고, 재정 지출을 늘려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해야 한다.”

“싼 금리에 매달리지 말고 달러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두라.”

미국 유력 금융회사 최고위급 인사 및 주요 금융회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14일 미국 뉴욕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처럼 조언했다.

○ “국가정책 당국자 간 공조 필요”

존 윈컬리드 골드만삭스 사장은 “해외 차입 시장이 내년 초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은 금리보다는 유동성에 중점을 두고 장기자금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내년 초까지는 전 세계 달러 차입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달러가 필요한 금융회사의 경우 지금은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일단 달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시장의 위기일 뿐 아니라 지도력 위기 상황”이라면서 “모든 국가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공조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강만수 장관이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상황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현재 달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미국 주도의 통화 스와프 참여 등 ‘국제 공조’를 희망하고 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가 “강만수 장관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씨티그룹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이날 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고 재정부가 전했다.

강 장관은 또 주요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루이스 알렉산더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의 재정이 현재 흑자를 보이고 있으므로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티븐 킹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등 신흥개발국의 ‘달러 가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선진국들이 은행을 전부 또는 일부 국유화하면서 이들 은행이 국내 대출 위주로 자금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따라 신흥개발국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캐즈먼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부터 침체되기 시작했다”면서 “세계 경제 회복 시점은 내년 중반”이라고 예견했다.

○ 姜 장관 “경기침체 가능성 대비”

이에 대해 강 장관은 “한국은 수출이 다변화돼 있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 “그동안 유가가 오르면서 커졌던 경상수지 적자도 10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 금융인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신용 경색이 길어짐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장관은 헨리 페르난데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회장을 만나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려면 기존의 외환 자유화 노력을 지속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MSCI가 각 나라 주가 지수를 상대적 비교가 가능하도록 표준화해 만든 것이다. MSCI는 현재 신흥국 지수로 분류되는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를 12월 잠정 결정할 예정이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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