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장관“美금융위기, 한국 영향 제한적
이달 경상수지 흑자 돌아설 것”
“세금을 줄이고, 재정 지출을 늘려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해야 한다.”
“싼 금리에 매달리지 말고 달러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두라.”
미국 유력 금융회사 최고위급 인사 및 주요 금융회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14일 미국 뉴욕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처럼 조언했다.
○ “국가정책 당국자 간 공조 필요”
존 윈컬리드 골드만삭스 사장은 “해외 차입 시장이 내년 초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은 금리보다는 유동성에 중점을 두고 장기자금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내년 초까지는 전 세계 달러 차입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달러가 필요한 금융회사의 경우 지금은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일단 달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시장의 위기일 뿐 아니라 지도력 위기 상황”이라면서 “모든 국가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공조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강만수 장관이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상황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현재 달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미국 주도의 통화 스와프 참여 등 ‘국제 공조’를 희망하고 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가 “강만수 장관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씨티그룹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이날 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고 재정부가 전했다.
강 장관은 또 주요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루이스 알렉산더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의 재정이 현재 흑자를 보이고 있으므로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티븐 킹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등 신흥개발국의 ‘달러 가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선진국들이 은행을 전부 또는 일부 국유화하면서 이들 은행이 국내 대출 위주로 자금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따라 신흥개발국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캐즈먼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부터 침체되기 시작했다”면서 “세계 경제 회복 시점은 내년 중반”이라고 예견했다.
○ 姜 장관 “경기침체 가능성 대비”
이에 대해 강 장관은 “한국은 수출이 다변화돼 있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 “그동안 유가가 오르면서 커졌던 경상수지 적자도 10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 금융인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신용 경색이 길어짐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장관은 헨리 페르난데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회장을 만나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려면 기존의 외환 자유화 노력을 지속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MSCI가 각 나라 주가 지수를 상대적 비교가 가능하도록 표준화해 만든 것이다. MSCI는 현재 신흥국 지수로 분류되는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를 12월 잠정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