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그래프,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로 재탄생

  • 입력 2008년 9월 10일 17시 02분


- 조상 초대전 ‘리빙 - 더 스톡마켓’ … 12일까지 금호미술관

- 자연, 여성, 동영상 이미지 결합 '운동과 변화' 재해석 눈길

<편집자주> 무대영상 연출 등으로 잘 알려진 조상 서울예대 교수가 'Living - The Stock Market' 이란 주제로 이색적인 초대전을 열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9월 12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증시 그래프와 역동적인 세상을 동전의 양면처럼 엮어냈다. 그리고 이를 디지털 이미지와 페인팅, 동영상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현대미술에 걸맞게 다원적 색채를 띠고 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미술비평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조상의 이번 전시 작품들의 이미지는 증권거래 시황을 알려주는 도표의 지속적인 그래프 변화에 관한 해석과 관련이 있다. 현실의 경제적 지표로서 기능하는 증권거래의 복잡한 도표들이 작가에게는 우리의 존재론적 행위들이 작용하고 있는 삶의 행위들과 관련되어 통계에서의 하나의 모집단(population)처럼 기능을 담지한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시각적 상대성이 존재한다. 개개인의 경제적인 활동에 속하는 증권거래의 구체적인 행위들이 집합적으로 표집되고, 변화와 통계적인 계수들로 환원되어 마치 개개인의 활동과 마찬가지의 정체성을 지니는 구체적인 결과로 제시된다.

작가는 바로 이런 관련성들이 상대적으로 얽혀있는 차원을 예술의 개념적 상황으로 전치(appropriation)시킴으로서 현실과 활동, 행위와 의미, 의미와 존재라는 세 가지 방향의 이미지적 풍경으로 환원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상의 이미지적 풍경이 근본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문제는 속도에 관한 것이다. 그는 속도가 빠르다거나 느리다는 문제를 속도의 본질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속도에도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속도 역시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증시 그래프를 통해 생각하는 것은 결국 모든 변화 속에 놓여 있는 것들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상대적인 관계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계의 물리적인 변화와 그에 대한 정신적인 반응에 대한 기준들을 어떻게 세우는가는 예술적인 태도의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는 것이다. 즉 의미는 무의미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고, 행위는 사유와 연결되고, 운동은 정지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조상의 작품은 3가지 범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자연 풍경 페인팅과 증시 그래픽의 결합, 두 번째는 디지털 이미지 위에 페인팅과 증시 그래프의 결합, 세 번째는 동영상 이미지 설치작품과 증시 그래프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풍경에서 작가의 의도는 예를 들면 파도와 같은 끊임없는 자연의 운동이 미시적으로는 생명체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동일한 운동의 지속적인 반복일 뿐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증시의 그래프와 유비(analogy)시킨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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