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 재건축시장… 매수-매도 ‘뚝’

  • 입력 2008년 9월 10일 02시 59분


소형 평형 - 임대주택 의무화 규제 남아 ‘시큰둥’

조합들 “수익성 없어 속도 못내… 추가대책 기대”

‘현행 재건축 제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정부가 규제를 더 풀지 지켜보겠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1일 재건축 규제 완화책을 내놨는데도 거래가 전혀 안 이뤄지는 것은 아파트를 팔 사람이나 살 사람 모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예정 단지 가구별로 보유한 토지 면적인 대지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와 주변 시세를 고려해 매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숨죽인 시장

‘8·21 부동산대책’은 △조합원 입주권 매매 허용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 △재건축 사업기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입주권 매매 허용과 후분양제 폐지는 연말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재건축 사업기간 단축은 내년 중반부터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책은 모두 재건축을 하기 어렵게 해온 규제를 풀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편. 이번에 풀린 규제들이 재건축 사업 수익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 소형 평형 의무비율이나 임대주택 의무건설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선 재건축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8월 24∼30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직전 주에 비해 0.01% 올랐다. 크게 의미 없는 변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대책 발표 후 매수자와 매도자가 약속이나 한 듯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며 “추가 대책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재건축 조합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덕환 개포주공4단지 조합장은 “현재 2종 일반주거지역에 적용하는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190%로는 일반 분양을 전혀 할 수 없는 구조여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입주권 매매 허용되면 거래 늘 듯

이런 시장 반응에도 정부는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매매가 허용되면 거래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본다.

입주권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데다 과거 어쩔 수 없이 입주권을 보유했던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114와 부동산뱅크 등 정보업체들은 그동안 입주권 매매에 제한을 받아온 수도권 171개 단지 11만9473가구가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1동 렉스, 노원구 공릉동 현대, 송파구 송파동 반도아파트 등의 조합원들의 입주권 매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사업기간 단축과 후분양제 폐지 조치와 관련해 주거환경연구원은 가구당 1173만 원 정도 추가 부담금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만큼 재건축 사업에 따른 수익이 커지는 셈.

○ “추가 부담금 많으면 손해”

수요자가 재건축 아파트를 고를 때는 △예상 분양가 △추가 부담금 △인근 시세 △대지 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36m²형은 재건축 후 82m²형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총 9억4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같은 크기의 인근 아파트에 비해 1억 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총부담금이 시세보다 비싼 것은 조합원이 분양가 외에 내야 하는 추가 부담금이 2억8000만 원이나 됐기 때문.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공급 면적에 비해 대지 지분이 크고 추가 부담금이 너무 많이 들지 않는 단지를 고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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